<2013 구정 설계> (8) 유종필 관악구청장 "창의력으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지식복지 인프라 구축"

2013-03-03 17:14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서울의 대표적 명산 관악산(높이 632m)을 품은 관악구에는 한강의 제2지류인 도림천이 흐른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상아탑으로 비상한 서울대학교가 둥지를 틀고 있다. 관악구는 올해 도시인프라를 확충하고 함께 잘 사는 복지공동체 조성에 나서는 한편 특화된 교육사업, 열린행정 등을 4대 역점과제로 삼았다.

유종필(56) 관악구청장은 "우리구는 오랫동안 정부의 도시계획에서 소외돼 사실상 발전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남부순환도로는 도시의 중앙을 동서로 관통하면서 교통, 주거, 업무 등 각종 분야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남부순환도로변 활성화를 비롯해 공간구조 개편, 용도지역을 준주거 또는 상업지역 상향 조정등 서남생활권의 발전근거지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더불어 현지 교통난 완화를 위해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경전철 신림선과 난곡선, 서부선 연장 등이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이다.

또 서울대입구역 주변을 봉천지구중심에서 광역연계 또는 지역거점으로 조정하는 한편 신림지구 지구단위계획의 손질이 시급하다고 봤다.

유 청장은 이 같은 교통 인프라의 근본적 개선 및 확충에 현재 재수립 중인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이 있다고 판단해 서울시에 당위성과 타당성을 적극 알린다는 계획이다.



관악구는 전체 면적에서 공원녹지가 60%규모에 육박한다. 이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자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거꾸로 활용 가능한 땅이 제한된 것이다. 실제로 관내 토지는 공원 이외에 아파트나 단독주택이 대부분이다. 공장이나 R&D 등 생산적 산업기반시설은 사실상 없고 상업지역 또한 약 1% 가량에 그친다.

전체 살림살이 중 복지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은 46.4%에 이른다. 상당수 국가사업에 대한 매칭으로 재정운영상 부담이 심각하다. 자체적으로 예산 절감이 힘든 영유아 보육사업 등 복지비에 대한 보조의 대폭 상향이 필요하다. 구에서도 줄곧 정부에 건의하고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

유 청장은 "당장이나 앞으로 재원을 늘리기에는 한계가 많지만 전역에 퍼진 녹지를 잘 관리하면서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겠다"며 "서울대의 우수한 인적·물적 자원은 스핀오프(spin-off, 파생 효과) 여건을 마련하고 연구기업 유치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유 청장은 1993년 '굿모닝 DJ(울도)'부터 2010년 '세계도서관기행(웅진)'까지 총 5권의 저서를 내며 스스로 베스트셀러 작가는 아니지만 스테디셀러 작가라고 부른다. 이 같은 연장선에서 책 읽는 문화가 지역사회 수준을 한껏 높일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취임후 '걸어서 10분 거리 도서관' 프로젝트를 추진한 결과 취임전 5개소였던 도서관은 지금 22개소로 늘었다.

구는 2010년 11월 지식경제부로부터 '관악 Edu-Valley 교육특구'에 지정됐고 이를 내실있게 지원하려 '175 교육지원센터'를 뒀다. 전국에서 최초로 학생들이 학교를 가지 않는 175일간 교육보조사업 및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내용의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게임중독, 폭력 등 청소년 문제를 예방하고 창의력과 잠재력 개발을 돕는다. 온라인 시스템과 학·관 협력체제로 자기주도 학습과 진로상담, 서울대학생과 연계한 멘토링 제도를 운영 중이다.

유 청장은 평소 공직자들을 항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아이디어를 창출하라고 주문한다. 작년 10월 구청 광장에서 열린 '관악책잔치'에서 몸소 실천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행사에 구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직원 130여명과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반주에 맞춰 말춤을 즉석에서 춘 것이다. 당시 이 광경을 보고 노래를 함께 부르는 등 구민들의 호응이 커 지속적으로 상식을 뛰어넘는 시도를 가끔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가을에는 축구경기에 나섰다가 무릎 골절상을 입고 한동안 휠체어와 목발에 의지했다. 불편한 거동이 6개월 가량 계속될 즈음 장애인의 생활을 떠올렸다. 평생 언땅을 걷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절감한 것이다. 이때 경험으로 '관악산 무장애 등산로'와 '장애인복지관' 등 이들의 민원 해소를 위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생활현장을 파고드는 소통행정도 펼친다. 목요 일일동장, 반장 및 학부모협의체 간담회, 경로당 방문 등을 통해 1700여건의 건의사항이 접수됐고 이 가운데 시행이 불가능한 217건 이외에 모두 처리했거나 처리 중이다.

'눈앞에 보이는 성과보다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지식복지 기반 확보'를 구정 운영의 밑그림으로 설계한 유 청장은 얼마 전 구청 직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더 낮게, 더 가까이, 주민 곁으로 다가서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열린행정을 펼치겠다"며 소통 구정 의지를 다졌다.

서울대 철학과를 나와 한국일보와 한겨레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잠시 시사인형극 작가로도 일했다. 서울시의원과 고건 전 서울시장 인수위원회 대변인, 청와대 비서관(1998~1999년), 국립영상간행물제작소 소장 겸 KTV(한국정책방송) 대표를 거쳐 제17대 국회도서관장(차관급)을 역임했다. 동국대 정치행정학부 겸임교수와 한중문화협회 연구이사직을 맡고 있다.

사진=이형석 기자 leehs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