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전공학부 도입 4년… “취지 잃었다” 지적 일어
2013-02-24 18:10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서울시내 주요대학들이 지난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 신설과 함께 앞다퉈 실시한 자유전공학부가 도입 4년을 맞아 이달 말 첫 졸업생을 배출하지만 그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도입 당시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다는 ‘통섭·융합 인재 육성’의 취지는 잃은 채 인기학과로 진입하는 하나의 관문으로 전락한 것은 물론 일부 대학은 해당 학부의 이름만 바꿔 로스쿨 등 각종 고시 준비반 성격으로 변질했다.
이같은 현상은 자유전공학부가 로스쿨 도입 시 법학과를 폐지하라는 교육과학기술부 방침에 따라 기존 법학대학에 할당된 정원을 흡수하기 위해 신설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24일 대학가에 따르면 자유전공학부 신입생은 보통 1년 동안 다양한 학문을 접하고 2학년에 올라가면서 다른 전공을 택할 수 있다. 타전공 진입 제도가 없는 대학의 자유전공학부는 자체 마련한 다양한 커리큘럼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지난 2009년 이후 4년간 입학생 922명 중 경제학부를 선택한 학생이 201명, 경영학과가 159명, 정치외교학부와 생명과학부가 각각 61명으로 '인기학과 쏠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연세대 자유전공학부도 경영·경제학과 쏠림현상이 계속되자 지난해 신입생부터는 정원의 3분의 1만 같은 전공으로 진학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지난해 자유전공학부 신입생 전공 배정 현황을 보면 92명 중 경영·경제학과에 정원인 30명씩 모두 진학했고, 응용통계학과를 선택한 학생도 10명 안팎이었다.
고려대 또한 자유전공학부 소속 학생이 사범대를 제외한 인문사회계열 학과를 선택할 수 있게 해 상당수 학생이 경영·경제·통계학과 등 상경계열 인기학과를 선택했다. 지난해에는 103명의 학생 중 경영학과와 경제학과를 선택해 전공을 배정받은 학생이 각 33명, 통계학과가 15명으로, 전체의 78.6%이 상경계 인기학과를 택했다.
로스쿨 도입 전인 2007년부터 자유전공 개념의 스크랜튼학부를 만든 이화여대의 경우 올해 복수전공을 정하며 경영대, 사회과학대, 자연과학대를 선택한 학생 비율이 각각 31.6%였다. 반면 인문과학대를 선택한 학생은 전체의 5.4%에 그쳤다.
이름을 바꾸면서 사실상 고시반 기능을 하는 학교도 적지 않은 편이다.
성균관대는 2011년 학생과 학부모 의견을 반영해 자율전공학부를 없애고 지난해 글로벌리더학부를 신설했다. 수업은 로스쿨 진학 대비 ‘법무 트랙’과 외무고시 등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정책학 트랙’으로 나눈 커리큘럼으로 진행된다.
중앙대도 2009년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했다가 학생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1년 만에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는 ‘정책학사’와 행정고시 준비에 초점을 맞춘 ‘행정학사’로 전공을 선택하도록 한 공공인재학부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