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실물 경제 못 살리고 일부 수출 기업만 수혜?

2013-02-18 06:00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미국과 유럽에 일본까지 가세한 대규모 양적완화가 실물 경제를 살리는 데에 기여하는 정도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부 수출 기업은 양적완화로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어 양극화 심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17일 유럽연합 통계청 등에 따르면 최소한 유럽에선 양적완화가 경제를 살리는 데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은 지난해 9월 무제한 양적완화를 단행했지만 지난해 4분기 유로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6%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9년 1분기 -2.5% 이후 최저치다.

유로존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 -0.2%를 기록한 이후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지난해 4분기 -0.9%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4분기 -2.1%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

전년 동기 대비로 유로존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0.1%, 2분기 -0.5%, 3분기 -0.6%, 4분기 -0.9%를 기록해 갈수록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로 지난해 9월 2.6%, 10월 2.5%, 11월 2.2%, 12월 2.2%에서 지난달 2%까지 하락해 무제한 양적완화 이후 오히려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일본은 실질 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지난해 2분기 -0.2%, 3분기 -1%, 4분기 -0.1%를 기록해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을 뿐 아니라 양적완화의 수혜가 일부 수출 기업들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13년 2월 8일을 기준으로 일본 상장기업 1373개사의 지난해 4∼12월 결산 내용을 집계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로 약 5300억엔(6조2000억원)의 환차손익 개선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일본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전월대비로 지난해 11월 -0.4%에서 12월 0%로 상승했고 특히 신선 채소가 12월 5.4%, 과일이 7.9%나 오르는 등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또한 일본 도쿄신문은 최근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큰 타격을 받은 도호쿠 지역이 엔저 현상으로 연료비가 올라 이 지역 사람들이 큰 어려움에 처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양적완화의 성과가 일부 수출 기업들에 집중되지 않고 국내 소비 확대로 연결되도록 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12일 총리 관저에서 개최된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재계와의 의견 교환회'에서 재계에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아베 신조 정권은 기업이 인건비를 늘리면 일정 비율 만큼 법인세를 낮춰주는 것도 추진할 방침이다.

미국 역시 무제한 양적완화를 단행한 지난해 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연율로 -0.1%를 기록했다. 2009년 2분기 이후 최초의 마이너스 성장이다.

마이너스 성장의 주요 요인은 정부 지출 감소인 것으로 나타나 양적완화보다는 정부 지출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큼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