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취임식 화해 모드 끝, 공화당‘오바마 진보’비판 개시
2013-01-23 16:30
정부 부채한도 조정 놓고 여야 갈등도 재연 전망
아주경제 송지영 워싱턴 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전날에 이어 22일(현지시간)에도 국회의사당 등에서 진행된 취임 행사에 참석하는 축하 분위기를 이어갔지만, 워싱턴 정가는 벌써 여야 간 보혁대결 갈등 구도가 재연될 조짐이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보수층은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진보적인 국정운영 기치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특히 공화당은 오바마가 대통령직을 걸고서라도 지킬 태세를 보이는 소셜 시큐리티 국민연금, 노인 의료보장 ‘메디케어’ 및 빈곤층 의료보장 ‘메디케이드’를 현행대로 고집하면 막대한 국가 예산을 지출해야 한다며 반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어제 대통령의 취임사는 과거 민주당이 보여줬던 진보주의 그 자체”라며 “중도에서 한참 벗어난 좌파 정책을 2기 중점 과제로 펼친다면 우리가 처한 주요 재정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이날 CNN 방송 등을 통해 지적했다.
오바마는 전날 행한 취임사에서 동성애자의 권리를 비롯한 전반적인 소외 계층의 권리를 주창하는 등 4년 전 첫 취임사보다 훨씬 진보적인 가치를 들고 나왔다.
공화당 연방하원의원인 데이브 슈와이커트(애리조나주)도 “오바마의 취임사는 기본적으로 기본 뼈대를 좌파 운동가 그룹 쪽으로 돌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재정정책 이슈 분석 및 대안 제시에 주력하는 보수 그룹 ‘아메리칸스 포 프라스퍼리티’도 “오바마의 취임사는 대단히 이데올로기적인 것이며 좌파적인 세탁 리스트를 나열한 것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중도적인 태도를 보이는 공화당 의원들도 오바마의 취임사에 비판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공화당 하원의원 피터 킹(뉴욕) 의원은 “오바마는 좀 더 건설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쪽 의견을 변명이나 불필요한 논쟁으로 치부하지 말고 진실한 ‘의견 불일치’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공화당 의원들의 모습은 취임식을 전후해 잠시 수그러들었던 워싱턴 정가의 해묵은 반목과 갈등이 식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당장 24일 연방 하원은 정부 부채 한도를 앞으로 3개월간 임시로 늘리는 안을 공화당 주도로 표결할 예정이다. 백악관과 협상하는 동안 필요한 정부 지출을 위해 여지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백악관은 정부 부채 한도를 놓고 공화당과 비효율적인 협상을 벌이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취임식을 전후해 잠시 조성되었던 화해 모드가 와해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