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클 바람이 분다

2012-12-16 21:02
업사이클 바람이 분다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리사이클(재활용)에서 한 단계 진화한 업사이클이 뜨고 있다.

업사이클은 버려진 옷이나 폐목재, 사용하던 가구를 해체한 뒤 전문가의 작업을 통해 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고객들에게 가치 있는 소비를 유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기업들의 의지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패션·가구·인테리어 등 국내 산업 전반에 업사이클 문화가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업계의 대표적인 업사이클 빈티지 브랜드는 매터앤매터다. 이 회사는 오래된 집과 화물 트럭·어선 등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쓰였던 목재로부터 얻은 재료로 가구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4월 첫 선을 보인 후 의자·책상·테이블·조명·액세서리 등 20여가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에서 디자인 시안을 보내면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100% 수작업으로 가공, 이를 다시 한국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상품을 제작한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빠르게 구전되면서 판매량이 작년 대비 20%가량 상승했다.

이정연 매터앤매터 브랜드 매니저는 "폐목재로 만들어졌지만 현지 습기를 견뎌내면서 단단해졌기 때문에 내구성이 뛰어나다"며 "단순히 가구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소재가 가진 근본적인 가치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생활 속 가구를 생산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코오롱FnC 역시 업사이클에 앞장서고 있다. 재고 제품 활용 차원에서 올해 3월 출범한 브랜드 '래:코드'가 바로 그것. 해체한 옷 조각에 박선주, 윤현주 등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를 더해 기존 제품보다 더 가치 있는 상품으로 탄생시키고 있다.

래코드 프로젝트를 총괄한 한경애 이사는 "브랜드 관리를 위해 일반적으로 제작 후 3년부터 재고를 소각하는데, 금액만 연간 40억원에 달한다"며 "래코드는 사회적 참여에 가장 큰 의의를 두고, 낭비가 아닌 가치 있는 소비를 제안하기 위해 출범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탄생한 터치포굿 역시 버려지는 현수막·폐자전거·타이어 등을 활용해 가방을 제작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0년에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우정사업본부·한국산업인력공단 등 15곳과 협약을 맺고 폐현수막을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으로 업사이클하고 있다.

박미현 터치포굿 대표는 "선거 때마다 드는 현수막 제작비용이 14억원, 처리비용이 28억원에 달하는데 더 큰 문제는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환경오염"이라며 "이번 18대 대선후보의 현수막 업사이클링을 제안한 '5년의 약속백' 탄생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환경을 살리고 디자인의 의미를 되새긴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수작업 특성상 업사이클 제품 대부분은 고가"라며 "높은 가격으로 접근성이 낮은 점은 앞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