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57% "외환위기 전보다 기업하기 어려워"

2012-12-13 11:00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외환위기(1997년)이후 비상경영으로 버텨왔다’는 기업이 전체의 3분의2에 이르고 ‘지금 현재 환란 전보다 기업하기 어렵다’는 기업은 절반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설립후 30년 이상된 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외환위기 15년, 기업경영환경의 변화와 대응과제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전보다 기업하기 좋아졌습니까?’라는 질문에 ‘나빠졌다’는 기업이 57.1%, ‘비슷하다’는 기업이 31.7%를 차지했다. ‘좋아졌다’는 응답은 11.2%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상의는 “시장경쟁이 심화되고 자금사정이나 체감규제가 악화되면서 환란전에 비해 경영환경이 어려워졌다”며 “최근에는 사회양극화로 반기업정서까지 만연해 기업가정신마저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기업의 91.4%는 ‘경쟁이 심화됐다’고 응답했고 ‘투자기회가 늘지 않았다’는 응답이 71.9%에 이르렀다. 환란전과 비교해 ‘자금사정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응답은 77.6%에 이르렀고 기업의 83.8%는 ‘직원들의 애사심이나 열정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기업에 대한 사회의 인식도 예전만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환위기 전과 비교해 ‘반기업정서가 당시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늘었다’는 기업이 전체의 85.5%, ‘클레임·AS 등 소비자주권행사가 늘었다’는 기업도 75.6%에 달했다.

외환위기 이후 15년간 기업경영의 가장 큰 어려움에 대한 질문에 기업들의 59.4%는 ‘세계경기침체, 원자재가 상승 등 해외충격’이라고 답했다. 이어 ‘내수부진의 장기화’(30.4%), ‘정부 및 정치권의 정책일관성 부족’(9.9%) 등을 꼽았다.

지난 15년 기업들의 65.7%는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를 겪은 후로 상시 비상경영체제로 버텨왔다’고 밝혔다. 원가절감, 투자계획 변경, 유동성 확대 등 최악의 경영상황에 대비해 온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대기업들의 82.8%가 이같이 응답해 중소기업(58.1%)보다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온 것으로 분석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체(72.4%)가 서비스업체(36.4%)보다 비상경영을 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새정부가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경제정책방향으로는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 등 취약부문 집중 육성’이라는 응답이 41.3%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수출 및 제조업분야 경쟁력 강화’(26.4%), ‘신성장동력 육성’(16.5%), ‘미래에 예상되는 경제여건 변화에 대응’(15.8%) 등의 순으로 답했다.

대한상의 박종갑 상무는 “최근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면서 일본처럼 저성장경제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성장과 복지 그리고 경기회복과 경제민주화를 조화롭게 추진함으로써 과거 70~80년대의 왕성한 기업가정신이 다시 발휘될 수 있도록 정부, 정치권, 기업의 하나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