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양도세 중과 폐지' 무산

2012-11-18 18:00
야당 의원, 집값 상승 이유 반대<br/>국회 '선심성 법안'만 처리 논란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나랏일을 보는 국회의원인지, 아니면 도의원·구청장인지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최근 국회에서 진행 중인 예산안 및 주요 법안 처리과정을 지켜본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히고 지역구 민심 잡기에 혈안이 된 국회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선심성 법안'만 처리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경기 활성화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부동산시장의 경우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적지 않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주요 부동산 관련 법안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영을 위한 주택법 개정안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안 등 두 가지다.

이들 법안은 집값 상승 우려와 부자 감세라는 이유로 야당 의원들이 반대하면서 지난 14일 국회 국토해양위 전체회의에서 또다시 통과되지 못했다. 대선도 앞두고 있어 사실상 올해 법안이 시행되기는 힘들고 내년 상반기쯤에나 다시 논의가 이뤄질 것 같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반면 국회 국토해양위는 같은 날 전체회의에서 '부도공공건설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처리했다. 부도 공공건설 임대주택이 많이 들어선 지역구 의원들이 주민들의 민원에 못이겨 서둘러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 법안은 공공건설 임대주택 임대보증금 보전 대상을 시기와 관계없이 정부가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는 사업자가 부도를 낸 이후에 임대계약이 체결된 임대주택에 대해서도 임대보증금 등을 무조건 보전해줘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정(돈)은 국회의원이나 부처 장관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부도가 난 모든 임대주택을 매입하면 최고 10조원의 막대한 재정이 들어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도 "이 법이 그대로 통과되면 사업자가 고의로 부도를 낼 수도 있다"며 "심각한 모럴 해저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뉴타운사업 해제에 대한 매몰비용(사업에 들어간 비용)을 지원해주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국비 지원을 요구하는 서울시의 요구를 받아들여 소위로 다시 내려보냈다. 당장 매몰비용을 지원받아 사업을 해제하려는 뉴타운 지역이 적지 않지만 결정을 뒤로 미룬 것이다.

주요 부동산 관련법안 시행이 지연되면서 부동산시장에서는 취득세 및 양도세 감면을 내용을 한 '9·10 대책'마저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 거래세 감면과 함께 다른 주요 부동산시장 활성화 정책이 맞물려 시너지효과를 내야 하는데 국회의 '정치 포풀리즘의 덫'에 걸린 탓이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9월 중순까지만 해도 주 단위로 0.06~0.07%씩 떨어지다가 같은 달 24일 취득세 감면이 시행된 이후 9월 넷째주(-0.02%)와 10월 첫째주(-0.04%) 낙폭이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11월 들어 아파트값이 다시 0.06%씩 하락했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시장 침체는 국내외 경기 불황에 기인한 것도 크지만 정책의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자 심리 위축 영향도 적지 않다"며 "얼어붙은 경기를 살리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 대승적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