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대형마트들이 인구 30만명 이하 중소도시에서 출점을 자제키로 하면서 신규출점이 사실상 금지됐다.

인구 30만명 이하 중소도시가 전체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9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통시장 반경 1㎞ 내 출점이 금지된 법안까지 감안하면 신규출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 3사는 이날 열린 유통산업발전협의회에서 지식경제부·중소유통업체들과 신규출점 자제 및 의무휴업일에 대해 논의를 가졌다.

이들 대형마트들은 이날 회의를 통해 소비자 수요 측면을 고려, 서울특별시와 6개 광역시를 제외한 9개 도 내 인구 30만명 미만 중소도시에 신규출점을 자제키로 했다. SSM(기업형슈퍼마켓) 경우 인수 10만명 미만 중소도시에 새롭게 점포를 세우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에 따라 사실상 신규 점포 출점이 금지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 국내 인구총조사를 보면 2010년 기준 서울시 및 6개 광역시를 제외한 156개 지자체 가운데 85%에 육박하는 132곳이 인구가 30만명 미만이었다. 10만명 미만인 중소도시는 59%에 달하는 92곳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경우 군포·광주·이천·구리 등 17개 지자체에서 신규출점이 제한된다. 강원도는 원주시를 제외한 모든 시군이 이 같은 합의 내용에 포함된다.

충청북도와 충청북도 역시 각각 청주시와 천안시를 제외하면 대형마트들이 새롭게 점포를 세울 수 없게 된다. 이외에 전라도·경상도 등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기존 전통시장 반경 1㎞ 내 대규모점포에 대한 신규출점을 금지하고 있는 법까지 감안하며 사실상 신규출점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같은 합의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과 중소상인간 이견을 좁히는 데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 추진 중인 점포 경우 합의 내용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즉, 영업을 시작하진 않았지만 부지매입·건축 등 출점 준비에 들어간 점포 경우 출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일부 중소상인들은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중소상인 측에서 판매 품목 제한도 요구하고 있어 유통업체들의 논의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진병호 전국상인연합회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고무적인 협의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우리의 입장에서는 부족한 점이 아직 많다"며 "출점 자제와 자율 휴무에 이어 대형마트 판매 품목도 규제하는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홍석우 지경부 장관을 비롯해 체인스토어협회장인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최병렬 이마트 대표, 소진세 롯데슈퍼 대표, 진병호 전국상인연합회장, 김경배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