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행복하게 살 집은 과연 아파트일까? 단독주택일까?
2012-11-01 16:05
사진=`땅콩집` 건축가 이현욱 소장(대표) |
경기침체로 인해 소비가 감소되고, 소비 감소는 또다시 경기침체의 악순환 고리로 이어지면서 국내 부동산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말 대선도 복병이다. 대선 공약이 난무하는 가운데 여야 공통분모인 복지는 자연스럽게 영·유아 등 자녀 교육으로 이어지며 이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주택설계를 하다보면,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교육정책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미분양 주택에 5년간 발생하는 양도차익의 양도소득세 100% 감면과 취득세 감면 등 다양한 세제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으나 실효성에 늘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다.
매년 부동산정책과 교육문제, 아동 성범죄 등 핫이슈로 등장하는 단골 메뉴에 혀를 차다보면 분통이 터질 때가 많다.
그때마다 늘 손가락질은 정부를 향해 있다. 때문에 정부를 의지하기보다는 건축가로서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게 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땅콩집'이다. 2년 전 친구랑 '땅콩집'을 짓고 아이들과 이사를 결심했다. 어두운 사회적 단면 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정책도 중요하지만 우선 내가 마당 있는 집을 짓고 이웃을 만들어 마을을 다지고 아이들과 '행복'을 논할 수 있는 여유로운 곳이 필요했다.
우리는 그동안 쉴틈없이 선진화를 위한 개발에 매달려 왔다. 현재 주택공급은 100%가 넘는 실정. 선진화와 전 세계의 경기불황이 맞물려 아파트가 투자가치로서의 메리트를 상실했다.
이는 내 집에 대한 고민의 시작이다.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살 집은 과연 아파트일까. 그러나 단독주택은 삶의 질은 높아지지만 자본이 많이 든다는 양비론에 빠지게 된다.
이에 단독주택이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집을 짓고, 유지관리비도 아파트보다 저렴한 '땅콩집'을 생각했다.
지난달 말 양평 숲속마을(땅콩밭) 사업설명회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1000명가량이 참여해 부동산 업계의 핫이슈로 부각됐다. 현재 부동산시장은 침체기를 넘어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지만 '땅콩집'의 인기는 놀라울 정도였다.
'땅콩집'은 다시 말하면 '가격이 알맞은 집'이다. 도심부에서 사무용 빌딩의 개발에 맞춰 공급되는 저·중소득자를 위한 주택 개념이다.
자신의 능력과 상관없이 많은 돈을 투자해 멋있는 집을 짓다보면 결국 하우스푸어로 전략한다. 멋있는 외장과 내부 인테리어는 오래 가지 못한다. 한 달이 지날 무렵이면 '외장이 무엇인지, 내부 벽지가 무엇인지' 관심에서 밀려나는 게 보통 사람들의 심리다.
'땅콩집'은 1억이든 2억이든 가격이 알맞은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면 건축 상담 중 "당신의 만들 수 있는 금액이 얼마냐"고 했을 때 "예, 2억입니다" "알겠습니다. 2억에 집짓기를 하죠", "1억입니다" "예, 1억에 집짓기를 하죠" 등 이러한 부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가족여행에서 다소 충격적이었던 장면이 떠오른다.
바닷가에 놀러나온 또래 아이들과 오래 사귄 친구처럼 아이들은 금방 친구가 됐다. "너 몇 학년이야?" "2학년" "와, 친구잖아! 난 용인에 살아. 넌 어느 동네에서 왔어?" "푸르지오" "뭐? 푸르지오? 무슨 동네 이름이 그래?" "몰라? 얼마나 큰데. 1000세대야”
한참을 웃으며 한편으로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요즘 아이들에겐 동네 이름과 고향이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의 학원비를 벌고 캠핑장에 놀러갈 돈을 버는 게 아니다. 돈을 버는 아빠가 필요한 게 아니라 같이 놀아줄 부모가 필요하다. 그 중요한 시기를 절대 놓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