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에 폐지 결론

2012-08-23 17:47

아주경제 이한선·윤태구 기자=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내려지면서 사업자들이 보완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졌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인터넷 실명제는 5년만에 폐지되게 됐다.

제도는 2007년 7월 악성댓글 등에 따른 사회적 폐해 방지를 위해 포털 게시판 등을 중심으로 도입됐다.

인터넷 실명제는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명 이상인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는 인적사항을 등록한 뒤에야 댓글 또는 게시글을 남길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4조 1항에 규정돼 있다.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린 이유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 공익의 효과가 명확해야 하지만 실명제 시행 이후 불법 게시물이 감소하지 않고 이용자들이 해외사이트로 도피하거나 국내외 사업자간 역차별 문제가 발생하는 등 공익성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민번호가 없는 외국인의 게시판 이용이 어렵고 실명제로 오히려 개인 정보의 외부 유출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고려됐다.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면서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봤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실명제 위헌 결정에 대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방통위는 올해 업무 보고시 기술 및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제한적 본인확인제도의 재검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방통위는 헌재 결정으로 본인확인제도의 효력이 상실됨에 따라 헌재 결정의 내용과 취지를 바탕으로 명예훼손 분쟁처리기능 강화, 사업자 자율규제 활성화 등 보완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들은 실명제 위헌 결정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업체는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인터넷 생태계를 왜곡시켰던 규제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시킨 측면이 있어 늦은감은 있으나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포털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인터넷 기업의 역차별로도 논란이 되었던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개인정보 최소화 수집 흐름에 발맞춰 폐지될 조짐이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악성 댓글 등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방지하고자 마련됐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법적으로 의무화 하기보다는 기업의 자율적 선택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되며 청소년 유해물 등으로부터 청소년을 지키기 위한 추가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