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0주년> 웨이하이를 가다. 한중수교 서막을 연 한류 한풍의 원조 도시

2012-08-23 10:23
'웨이하이'에 비춰본 한중 교류

웨이하이 대표 관광지 류궁다오 입구에서도 한국어로 된 환영문구를 찾아볼 수 있다

‘류궁다오 한국상품 제1거리(?公???第一街)' 라고 적혀있는 한국제품 판매상가 입구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웨이하이 시내에는 한중수교 20년의 역사를 증언하듯 곳곳에 한국어 간판이 나붙어 있었다. 한국색이 짙은 이름의 이조곰탕, 호텔이나 가라오케 상호도 죄다 한국어로 적혀있어 마치 한국의 어느 지방 도시를 찾은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한중간 교류의 역사가 가장 빨랐던 웨이하이(威海)를 찾아 한중수교 20주년을 조망해보려는 기획 의도는 당초 계산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수교 20년을 맞은 지금 한류는 여전히 강한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시내에는 우리의 기업 삼성 이름을 따 이름을 지은 '삼성로'라는 길이 눈에 띄었다. 여기저기 중국인 상점에는 ‘한국제품을 팔아요’라고 적힌 안내문도 눈길을 끈다. 한국인이 아닌 오로지 중국인을 타겟으로 판매되는 한국 제품. ‘메이드 인 차이나’가 세상을 장악한 이 시점에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을 생각하니 벅찬 마음마저 든다.

웨이하이는 1200년 전 통일신라의 해상왕 장보고가 한중일을 잇는 해상 실크로드를 개척해 한국과 중국 우호협력의 포문을 열었던 도시다. 장보고의 지난 발자취를 거슬러 가다보면 중국 산둥반도 최동단 아름다운 바다와 현대화된 도시의 풍모를 자랑하는 이곳 웨이하이에 도달한다.

웨이하이는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중국의 도시로써 문화와 관광, 휴양의 도시, 한중우호관계의 상징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특히 웨이하이는 한중수교 이후 지난 20년 양국의 국민적인 유대감 형성과 소통에 크게 기여하였으며‘시(市)’ 전체에 한중 교류의 흔적들이 곳곳에 배어있다.

한중양국은 1992년 8월 24일 적대관계를 청산, 국교를 정상화하고 지난 20년간 정치·경제·무역은 물론 인적·문화교류에서 놀라운 진전을 이뤄냈다. 1992년 13만명에 불과하던 양국 방문자 수가 2010년에는 600만명 돌파, 2011년에는 660만명을 기록하며 50배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다. 중국은 이미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국가가 되었으며 중국에서는 드라마, K팝(K-POP) 등 소위 한류열풍이 맹렬히 휘몰아쳤다. 과거 편견과 역사적인 오해로 얼룩졌던 양국 국민들 사이에 마음의 장벽도 서서히 무너졌다. 최근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음식, 태권도, 성형 등으로 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중국인 한국 방문객 수도 15%가 넘는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웨이하이시는 한국과 특히 인연이 깊은 곳으로 한중교류의 오래된 표본과 같은 도시다. 웨이하이는 통일신라때 해상왕 장보고(張保皐)가 웨이하이로 건너가 해상 실크로드를 개척하는 등 한중교류의 물꼬를 튼 곳으로 수교 이전 1990년 8월 15일 인천과 웨이하이를 연결하는 위동항운 페리선을 개설해 양국 교류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여는 등 그야말로 한중 양국교류의 디딤돌의 역할을 해왔다. 교통면에서 비행기로 1시간, 배로도 3시간이면 닿을 정도로 가깝고 편리해 한국과 소통과 교감을 나누기에도 최적인 도시다.

20년도 넘은 한국과 웨이하이시와의 교류의 역사는 2012년 바로 지금 한중 양국관계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한중 수교 20년의 과정과 성과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삼성중공업 등 한국 기업들이 대거 진출한 것은 물론 골프장, 온천을 즐기는 한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웨이하이는 보다 친근한 모습으로 품을 열어주고 있다. TV에서 연일 방송되는 한국 드라마, 한국 연예인, 한국문화를 통해 한국을 접하는 웨이하이 사람들은 한국식품 및 상품, 그리고 한국인들의 세련미에 감탄해 마지 않았다.

시내를 벗어나 유명 관광지나 온천 등 휴양지에 가도 한국어로 적힌 표지판, 한국어 가이드 음성 서비스 등이 우리 취재진을 반겼다. 양국간 꾸준한 우호협력을 바탕으로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을 선호하고 방문하고 있는지 중국인들이 한국인을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미 중국에게 한국은 관광 등 시장에서 놓칠 수 없는 VIP가 됐다. 골프장 등 한국인이 자주 방문하는 곳에는 한국어가 능숙한 중국인 직원들이 친절하게 ‘안녕하세요’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웨이하이의 위성도시인 원등(文登)시 정양(鄭陽) 여유국 국장은 한국과 중국은 오랜시간 교류를 함께 해왔고 비슷한 문화와 공감대를 갖고 있다며 특히 지리적 근접성이 양국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만들었다고 한중 20주년을 맞는 감회를 털어놨다.

특히 한류나 한풍으로 대변되는 문화교류, 중국으로 혹은 한국으로의 관광객 증가 등 인적·정서적 교류의 증대로 더욱 가깝게 느껴지게 되었다며 앞으로도 원등시는 한중 문화·관광교류의 교량이자 중심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웨이하이시 곳곳에 드러나는 한국인과 한국문화의 흔적, 중국이라는 특유의 문화와 환경 속에 분리된 듯 조화를 이루며 어우러져 있는 광경은 그야말로 한중 양국교류를 간결히 정리해놓은 것 같았다.

20년 남짓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렇듯 친밀해질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탄복할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중 양국의 문화, 인적교류에 여전히 개선해 나가야할 점도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현지에서 판매하는 한국 제품이 짝퉁 한국산이거나 현지에서 열리는 한국 문화공연의 어설픈 점, 혹은 한국어 알림과 표지판의 표기가 잘못되어 있는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런 모습들은 앞으로 한중 양국이 문화 및 인적교류, 정서적인 공감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 지 새로운 지향점을 말해주는 듯 했다.

한국인은 한국인으로서, 중국인은 중국인으로서 자신들의 문화와 매력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다층적인 루트와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면 앞으로 한중 수교 30, 40, 50주년이 되는 날 한중 양국이 보다 끈끈한 소통의 토대 위에서 진정한 이웃이자 완벽한 동반자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