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혈맥 자본시장 살리자> 금융당국 증권업 ‘죽이기’에 업계 ‘뿔났다’
2012-07-16 16:43
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현재 금융당국의 증권업 규제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을 흐린다고 미꾸라지는 잡지 않고 연못의 물을 빼버리는 규제방식입니다." 한 증권업계 종사자의 한탄이다.
금융당국의 증권업에 대한 각종 규제가 쏟아지며 안 그래도 브로커리지 업황 둔화로 고심하고 있는 증권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한 노력 역시 약세장 속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 녹록지 않아 증권업계는 정부 규제 속 '진퇴양난'의 위기에 내몰렸다.
증권업계에 큰 타격을 가져온 것은 금융당국의 수수료 인하 압박이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는 공공기관 주식 및 선물거래 수수료, 증권사 수수료를 일괄 인하하며 증권사들의 자율적 수수료 인하 유도 방침을 펼쳤다. 이에 다수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하고 있지만 가뜩이나 위축된 업황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수수료 인하는 '과도한 요구'라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한 대형 증권사 고위관계자는 "수수료는 대표적인 증권 서비스에 대한 가격 이슈로 자율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부분"이라며 "정부의 압박으로 각 증권사들이 수수료 추가 인하가 어려운 형편인데도 제살 깎아먹기 식으로 수수료를 인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파생상품 시장 역시 올해부터 각종 규제가 쏟아지며 거래량이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파생상품시장의 거래 위축이 단지 거래 수수료 감소를 통한 손실뿐 아니라 차익거래·헤지거래 등 연계 거래를 위축시켜 관련 수익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한 증권사의 파생상품시장 연구원은 "올 초 주식워런트증권(ELW) LP(유동성공급자) 규제가 강화되며 ELW 시장이 위축된 반면 주가연계증권(ELS)시장은 과도하게 확대되고 있다"며 "증권사들 역시 ELW 사업을 접거나 ELW 인력을 ELS 쪽으로 돌리고 있어 ELW와 ELS 간 기형적 구조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사채시장 선진화를 위해 도입된 '수요예측(Book building)' 제도 역시 시행 초기 맹점을 드러내며 도입 취지와 달리 발행사 우위의 금리 결정 구조와 증권사 간 출혈경쟁 문제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일부 기관투자가만 참여하는 수요예측으로 금리가 결정됨에 따라 과열 또는 낮은 관심으로 이상금리 수준에서 발행금리가 결정되고 있다"며 "주요 기관 가운데 수요예측 불참 선언을 하는 곳도 속속 등장하며 시장 현실과 괴리가 있는 제도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한 증권사의 노력도 현재로선 마땅찮은 실정이다.
우다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각 증권사는 새 수익원 창출을 위해 헤지펀드·퇴직연금·해외사업 진출 등 다각도로 활로를 찾고는 있지만 아직 돈이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각 증권사들이 신규 수익원을 찾기 어려운 데다, 펀드와 기업공개(IPO) 시장 역시 좋지 않아 새 수익원 창출을 위한 투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 중형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증권업에 대한 규제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증권사는 중소형 증권사"라며 "대형 증권사는 기존에 가진 고객 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쪽 규제를 강화하면 다른 쪽 영업을 확대해나갈 수 있지만 우리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에 중소형 증권사 중심으로 증권사 구조조정 얘기가 돌고 있는데, 실제로 각 증권사들은 비용절감·지점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이미 시작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