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패트롤> '게이트' 없는 금융권 원로 언제나 볼까

2012-06-06 11:00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 서민금융 현장 탐방에 동행한 기자들에게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40여년을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헌신한 김 전 회장이 큰 불협화음 없이 자리에서 물러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제 금융권에도 원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위원장은 그로부터 4일 후 열린 김 전 회장의 퇴임식에도 직접 참석해 그 동안의 공로를 치하했다.

그러나 불과 2개월 후 하나금융지주와 영업정지를 당한 미래저축은행 간의 이상한 거래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김 전 회장이 대형 금융게이트의 중심에 서게 됐다.

하나캐피탈이 미래저축은행에 유상증자를 하는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다수의 권력 실세가 연루된 금품수수 및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전·현직 금융권 CEO들의 각종 게이트 연루설은 더 이상 새롭지도 충격적이지도 않다.

국내 최장수 CEO였던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재임 기간 내내 비리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라 전 회장은 ‘박연차 게이트’를 시작으로 무려 세차례나 검찰 수사를 받았다. 결국 신한금융지주 내분 사태로 불명예 퇴진했지만 최근 라 전 회장의 차남이 수십억원대 사기 혐의로 기소되는 등 평탄치 못한 삶이 이어지고 있다.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도 몸담았던 조직에 큰 손실을 입혔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고 물러났다.

특히 황 전 회장 사퇴 이후 신임 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영포회’와 ‘선진국민연대’ 등 현 정권의 핵심 인맥들이 관여했다는 의혹과 함께 강 전 행장이 이들과 접촉했다는 사실까지 회자되면서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되기도 했다.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도 C&그룹에 2200억원대 편법 대출을 해준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는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의 주요 CEO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게이트 주인공이 됐던 셈이다.

이명박 정권이 집권 말기에 접어들면서 긴장하는 금융권 CEO들이 여럿 있을 것이다. 통상 정권 교체기에 새로운 게이트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났을 때 재계는 물론 온 나라가 '큰 별'을 잃었다고 애도했다. 그가 이룬 업적과 함께 수십년 동안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를 이끌면서도 외풍에 휘둘리지 않았던 굳은 의지에 박수를 보냈다.

국내 금융권에는 존경할 만한 '어른' 없다는 탄식이 끊이지 않는다. 현재 남아있는 CEO들이라도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명예롭게 물러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