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車시장 증산 러시..현대차 '기대반 우려반'
2012-05-16 17:45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공장이 잇달아 단기 증산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 시장이 예상 외 수요 증가 상태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수요 증가와 경쟁사의 공세에 ‘기대 반 우려 반’의 상황에 놓였다.
최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 리포트에 따르면, 포드, 크라이슬러, 혼다 3사는 미국 증산에 나섰다. 포드와 크라이슬러는 각각 미국ㆍ멕시코 등지의 6개 공장에서 3교대 근무 도입과 여름 휴가 축소 및 폐지에 나섰다. CR-V를 생산하는 혼다 오하이오 공장도 추가 생산에 나섰다. 현지 1위 기업인 GM 역시 일부 공장 증산이 유력하다고 리포트는 전망했다.
이는 예상 외로 빠른 현지 수요 회복세 때문이다. 지난해 말, 유럽과 미국, 중국 등 주요 자동차 시장은 마이너스 성장 혹은 전년대비 낮은 폭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 바 있고, 실제 유럽과 중국은 지난 3월까지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 시장은 지난 1~4월 463만7000대로 전년동기대비 10.3% 늘었다.
수요 확대로 평균 재고 일수도 2월 기준 66일에서 5월 55일로 줄었다. 오히려 공급가 달리는 상황이다. 이에 주요 업체들이 올해 예측 수요를 1450만대 수준으로 상향 조정, 단기적인 생산량 확대에 나서게 된 것이다. 김태호 연구원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신공장 건설은 자제하는 대신 기존 공장의 생산 효율성 극대화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기아차도 증산 대열에 동참한다. 현대차 북미법인(HMA)은 오는 9월 앨라배마 공장을 연 36만대(현재 약 34만대)로 소폭 늘린다고 이달 1일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00여 명의 사원을 고용하고 877명의 보조 인력을 투입, 3교대제를 도입한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에게 현지 수요 증가가 꼭 유리한 것 만은 아니다. 그만큼 미국ㆍ일본 경쟁사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현대차는 전년동기대비 0.8% 소폭 늘어난 6만2264대, 기아차 역시 1% 증가에 그친 4만7550대였다. 판매량 자체가 감소한 건 아니지만 현대기아차가 전체 평균 상승폭을 밑돈 건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말 신모델이 투입된 토요타 캠리(3만6820대)도 현대차 쏘나타(2만521대)를 다시 큰 차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토요타가 대규모 리콜과 대지진 악재에 시달리던 지난해 초 한때 쏘나타는 캠리 판매량을 앞지르기도 했었다.
최근 현대기아차를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미국 연방안전규제처는 지난 14일(현지시각) 현대차 엘란트라(아반떼) 아반떼의 에어백 안전성 조사에 나섰다. 15일에는 포드ㆍGM 노조 출신 근로자가 기아차 미국 법인(KMA)을 상대로 국가노동관계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다만 현대기아차의 대당 판매단가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전체 판매는 소폭 성장세에 그친 반면 에쿠스(351대ㆍ4월 기준), 제네시스(2398대), 아제라(그랜저, 953대) 등 고급차 판매는 30% 이상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전체 판매에서의 대형차 비중도 0.7%포인트 늘어난 5.8%다. 이는 ‘저가차’라는 기존 이미지를 벗고, ‘고급차’로 다가서고 있음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성장은 경쟁사의 악재에 힘입은 부분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경쟁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유럽ㆍ중국 등서 고르게 선전하고 있다는 점은 현대기아차에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