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00대 기업과 부자들- 6> ‘발전과 초월에 중독되다’ 양몐몐 총재

2012-04-03 14:13

(아주경제 홍우리 기자) 양몐몐(楊綿綿) 집행총재는 장루이민(張瑞敏) 회장과 함께 ‘하이얼(海爾)’을 중국 대표 가전브랜드로 키워낸 ‘일등공신’이다. 장 회장이 하이얼의 ‘가장’이었다면 양 총재는 ‘안주인’으로서 지난 20년간 그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자사 제품을 ‘아이’라고 부르고 ‘마마’라는 애칭이 생겼을 정도다.

1941년 상하이(上海)에서 태어나 산둥(山東)대학 공학원에서 내연시스템을 전공한 양몐몐은 8년간을 칭다오(靑島) 노동국 기술학교 교원으로 근무하다가 알루미늄 합금공장 기술원, 칭다오 가전공사 고급 엔지니어를 거쳤다.

양몐몐은 1984년 하이얼의 전신인 칭다오 냉장고 총 생산공장의 부공장장을 맡으면서 하이얼과 인연을 맺었다. 칭다오가전공사 부경리이던 장루이민이 파산 직전의 칭다오 냉장고 공장장으로 부임할 때 같은 회사의 엔지니어로 일하던 양몐몐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장 회장은 당시 양 총재를 ‘모셔’오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그녀는 다른 사람과 달랐다. 보통의 40대 여성들은 퇴근 이후 장을 보거나 뜨개질을 하거나 집안 일을 하지만 양 총재는 책을 읽으며 공부를 했다”며 장 회장은 양 총재를 회상했다.

하이얼의 다른 직원들 역시 “활기 넘치는 양 총재와 일을 하면 더 젊어지는 느낌이다”고 입을 모은다. 언제, 어느곳, 누구와 있어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양몐몐은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의 소유자다. 새로운 사물과 지식을 받아들이는데 적극적이며 학구열도 높다. 환갑을 바라보는 58세 나이에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 면허증을 땄다.

빽빽한 일정 표에는 휴식이 없다. 하루 십여 시간, 일주일의 70시간을 일에 파묻혀 지내면서도 틈이 날 때마다 영어책을 들여다 본다.
“독일에서 냉장고 과일 보관 칸을 만드는 사람을 보았다. 단순한 작업이었지만 하나를 만들고 날 때마다 ‘감상’을 하더라. 물론 상품을 검사하는 것이었겠지만 내 눈에는 자신의 노동의 성과를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주어진 일에 책임을 다 하는 모습에 감동했다. 나 역시 그렇게 되고 싶고 나 자신을 바꾸고 싶었다. 이를 위해서는 업무를 즐기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하이얼의 중추역할을 맡고 있는 양몐몐은 경영인으로서 갖춰야 할 조건으로 ‘3상(商)’을 꼽는다. 사건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인 ‘지상(智商)’과 진취적인 태도를 말하는 ‘정상(情商)’, 백절불굴의 정신인 ‘인상(靭商)’이 바로 그것이다.

“지상과 정상이 있다고 해도 좌절을 극복해내는 인상이 없으면 목표를 실현할 수 없다.”며 양 총재는 끈기를 특히 강조한다.
4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 가정에서 양몐몐은 구순 시어머니를 모신 며느리이자 두 딸의 어머니, 외손녀의 할머니기도 하다.
이제 그만 은퇴하고 가족과 함께 인생을 즐기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지인의 진심 어린 걱정에 그녀는“발전(성장)에 중독되었다.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가 없다”말한다.

양몐몐은 2004년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가장 주목할 만한 글로벌 여성기업인 50명’에 이름을 올렸다. 2009년 포브스지가 선정한 글로벌 50대 재계 우먼파워‘에서 17위를 차지했으며 2011년에는 10위로 뛰어올랐다.
얼마 전 끝난 양회(兩會,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전인대 대표로 참석해 환경보호와 에너지 절약,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