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해외사업, 다시 달리기 위해 잠시 쉰다?

2012-02-09 16:52

(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삼성증권이 사업재편을 통해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돈을 벌지 못하는 분야는 축소해 비용을 줄이고 철저히 수익성 위주로 사업 재개 여부를 가린다는 방침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투자은행(IB) 업무를 위해 한 때 130여명까지 늘렸던 홍콩법인 인력을 20~50여명 수준까지 줄이기로 했다. 이는 지난 1일 삼성증권이 발표한 절반보다도 감축 규모가 훨씬 큰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20명이하로 줄이게 될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홍콩법인은 기업공개(IPO) 스폰서 라이센스를 활용해 상장 주관사 업무와 한국주식거래 위주로 운영될 전망이다. 사실상 현재 해외시장 상황이 어렵다고 판단해 일시적으로 사업을 개편하는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지난 수년간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홍콩법인을 통한 IB업무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만 하다.

이에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해 말 5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100여명을 내보냈다. 지난해 80명보다 20명 가량 늘어난 퇴직 규모다.

이 같은 조치는 김석 사장이 지난해 말 새로이 선임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1994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를 역임했던 김석 사장은 삼성자산운용으로 잠시 물러나 있다 2년만에 다시 부임했다.

김석 사장은 지난 1일 삼성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지금 해외시장이 좋지 않아 속도 조절하는 것”이라며 해외사업 구조조정 의지를 밝혔다.

삼성증권이 국내인력 감축에 이어 해외법인 구조조정까지 나선 것은 수익성 악화 탓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추정하는 삼성증권의 2011 회계연도 3분기(2011년 10~12월) 당기순이익은 409억원이다. 이는 직전분기 대비 19.34% 하락한 수치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37.37% 떨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에는 홍콩법인이 한 몫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2009년 'IB 전문가'인 황성준 전 크레디트스위스(CS) 아시아태평양 주식부문 공동대표를 홍콩법인장으로 영입하면서 CS 인력을 대거 확충했다. 하지만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규모만 키운 탓에 인건비만 부담으로 돌아왔다.

삼성증권의 한 관계자는 “유럽 위기등으로 파생된 금융위기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인력을 감축한 것”이라며 홍콩법인을 철수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원양자원유한공사가 최근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 자문사 선정에 삼성증권 홍콩법인을 검토하는 등 새로운 도약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