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녹색·보라·노랑… 색상의 정치학
2011-12-28 18:38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빨갱이.'
과거 군부정권이 용공세력이나 친북좌파 등을 척살하기 위해 정치선동용으로 만들어낸 이 말은 대중들 사이에선 흔히 공산주의자를 속되게 부를 때 사용됐다.
그렇다면 왜 ‘빨갱이’일까. 어원을 두고는 여러 설이 있으나, 빨간색이 혁명의 상징이자 투쟁과 공격의 색상이란 분석이 가장 설득력이 높다. 과거 구소련과 중국이 인민해방 투쟁을 통해 새 정부를 세울 때 국기를 빨간색으로 결정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정치에서의 색상은 국가나 정당, 혹은 연대 세력의 정치적 지향점이나 가치관을 담으며, 그 집단이 나아갈 방향을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국내 주요 정당들은 어떤 색을 사용하고 있으며, 각 색상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우선 여당인 한나라당은 ‘파란색’을 사용한다. 한나라당의 파란색은 국가의 안정 속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발전을 상징한다.
본디 파란색은 차분한 색상으로 사고와 의사소통의 명료와 맑고 푸른 하루를 의미하기도 한다. 한나라당은 파란색의 명도를 옅게 해 하늘색에 가깝게 표현, 높은 하늘의 의미로도 사용한다. 실제로 한나라당의 홈페이지 메인 화면은 구름이 떠다니는 하늘이 표현돼 있다.
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아직 당의 색상을 정하지 않았으나, '녹색'을 사용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녹색은 민주통합당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민주당이 지난 2008년부터 사용한 색이다.
민주당은 주변에 언제 어디에나 있는 소나무의 지조와 기개를 배우고 이를 국민들에게 친근감있게 전달하기 위해 녹색을 활용했다. 또 소나무가 재목으로도 곧잘 쓰이기 때문에 나라의 일꾼이 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경우는 최근 통합을 마치고 당의 색을 '보라색'으로 결정했다.
보라색이 갖는 의미는 지혜와 전력·강도·친철을 의미하며 좁은 의미로는 왕의 색상이기도 하다. 이 아이디어는 장원섭 사무총장이 낸 것으로 전해졌으며, 통합진보당의 확실한 변화와 과감성을 보여주고 여성의 색이기도 한 점에서 만장일치로 선택됐다.
통합 이전에 국민참여당의 경우는 우정과 개혁과 혁명·자유·소망을 의미하는 노란색을 사용했다.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는 야권 통합 과정에서 큰 틀의 통합을 희망하며 모친의 상중에도 “야(野) 크게 합치자”라고 적힌 노란색 손목 밴드를 끼고 다니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는 지난 2000년 창당 때부터 민주·평등·해방을 상징하는 차원에서 주황색을 사용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