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양김 급부상…현대그룹 대북사업 훈풍 부나

2011-12-20 17:00
-현대와 인연 깊은 김영남 상임위원장·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서열 올라<br/>-김정은 "총알보다 식량이 중요"…남북경협 확대 가능성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현대그룹 대북사업의 버팀목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일 사망했다. 현대 입장에서는 '끗발 좋은 친구'를 잃어버린 셈이다. 북한 내 정세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금강산·개성관광 정상화가 더욱 불투명해진 이유다.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부상이 현대에게는 위안거리다. 현대와 이들은 돈독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북한 정국이 안정화되면 대북사업 정상화도 속도를 낸 전망이다.

북한은 이날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사실과 함께 국가장의위원회 명단 232명을 공개했다. 장의위원 명단 순서를 권력서열과 정확히 일치시킬 수 없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에서의 북한 권력구도를 파악하는 주요 단서가 될 수 있다.

장의위 명단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2번째였고,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15번째였다. 조선중앙TV가 지난 9월 공개한 북한 권력서열보다 김 상임위원장은 1단계, 김 부장은 3단계 상승했다.

이들의 중용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상임위원장은 형식상 '서열 2위'로 주로 의전활동 및 친선외교를 담당하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의 인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정은 회장은 그해 5월 13일 만수대의사당에서 김 상임위원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당시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과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배석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이듬해 현 회장에게 큰 선물을 안겨줬다. 현 회장은 2005년 7월 김정일 위원장과 단독 면담하고 백두산 개발사업 독점권과 금강산 관광지역 확대, 개성관강 시범 시행 등을 합의했다. 이날 면담은 김 상임위원장이 주선으로 이뤄진 것이다.

현대는 김 부장과의 인연도 깊다. 현 회장은 2009년 8월 대북사업 정상화를 위해 방북했다. 일정을 연거푸 연기했지만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현 회장은 김 부장을 만나고 나서야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할 수 있었다.

김 부장은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함께 북한의 외교를 책임지는 인물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최측근으로도 알려져 있다. 현재 대남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 2007년 3월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됐다.

또 김정은이 경제에 관심이 많다는 점도 현대에게는 호재다. 김정은은 2010년 9월 함경북도 김책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총알보다 식량이 중요하다"며 경제 회복,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했다.

북한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오랜 기간 북한의 대외업무를 담당한 인물"이라며 "고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부터 내려온 현대가와 북한 정권과의 인연은 생각보다 뿌리가 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