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수장들 위기탈출 해법은 '소통'

2011-12-06 16:57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회사 및 금융소비자와의 스킨십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과거 팀장이나 국장 등 실무자 선에서 진행하던 회의나 행사까지 직접 나서 챙기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소통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당국과 금융회사, 소비자 등 금융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주체들 간의 견해 차를 좁히고 산적한 현안들을 원만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다.

하반기 들어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후 금융당국은 그동안 미뤄왔던 국내 금융시스템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한국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최대 변수로 떠오른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과 카드사 등에 대출 취급 자제를 주문하는가 하면 소비자와 가맹점의 비용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각종 수수료 인하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국내 경기침체가 예상되자 중소기업 지원 시스템도 대폭 손질해 자금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를 방지하고 개인정보 유출을 예방하기 위해 전자금융거래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소비자 보호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다양한 정책들을 단기간 내에 내놓다 보니 금융회사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당장 수익성 악화를 걱정해야 하는 금융회사들은 금융당국이 업계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너무 몰아붙이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다.

개인 고객은 물론 중소기업 등 기업 고객들까지 연일 쏟아져 나오는 정책들을 파악하고 득실을 따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대로라면 아무리 획기적인 정책을 시행한다고 해도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금융당국 수장들이 선택한 해법이 ‘소통’ 강화다.

김석동 위원장은 지난달 21~22일 중소기업의 금융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해 ‘1박 2일 현장방문’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창업기업과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자신의 사업 실패담까지 언급하며 중소기업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이겠다고 공언했다.

권 원장은 지난달 28일 이화여대에서 ‘금융인과 함께 하는 캠퍼스 금융토크’를 최초로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권 원장은 금융권의 신뢰 회복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금감원은 전국 주요 대학에서 금융토크 행사를 순차적으로 열기로 했다.

지난 5일에는 금감원 여의도 본점에서 ‘터놓고 이야기하기’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워크숍은 소비자단체와 금융회사 실무자, 금감원 임직원 등이 모여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금융권에 ‘역지사지(易之思之)’의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당국과 금융회사, 소비자 등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바라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의견을 나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금융권의 탐욕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소통 부재 때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권 원장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글로벌 금융 패러다임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며 “최근 금융자본의 탐욕과 경제적 불평등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위가 확산되면서 금융권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위기가 도래하고 있는 이 때 금융당국 수장들이 선택한 '소통의 리더십'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둘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