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재계 인사트랜드는 '위기상시화'
2011-12-04 18:54
(아주경제 조준영 기자) 위기가 상시화됐다. 재계도 마찬가지다. 막이 오른 연말 인사시즌에서 키워드는 위기관리경영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연말 대기업 정기인사는 경기불황을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선제적인 투자확대와 신수종사업 강화가 골자를 이룰 전망이다. 위기대응 차원에서 재무·마케팅 부문에 대한 확대개편 또한 점쳐지고 있다. 지배구조를 탄탄하게 다지기 위한 후계경영 강화 역시 빠질 수 없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앞서 1일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장에서 "전세계 경제가 어려우니까 긴장을 더 해야겠다"며 거듭 위기관리를 강조했다.
이 회장은 투자확대를 통한 신성장동력 발굴·육성도 시사했다. 삼성그룹은 태양전지와 자동차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를 5대 신수종사업으로 삼고 있다. 이 회장은 신수종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지 않는 데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런 의중이 이번 인사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연말인사를 통해 재무·마케팅 부문을 강화하면서 위기관리경영에 나설 전망이다. 선진국 재정위기로 전세계적인 실물경기 위축이 우려되는 만큼 재무위기 관리와 시장점유율 방어에 방점이 찍힐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보수경영 기조는 정몽구 회장이 강조해 온 '품질경영'을 통한 내실 다지기와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LG그룹은 전자 계열사를 필두로 이미 연말 인사에 들어갔다.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LG실트론를 비롯한 전자 계열사 최고경영자가 모두 교체됐다. 구본무 회장이 주력인 전자사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공계 출신 인사가 대거 발탁되면서 연구개발(R&D) 강화와 기술 차별화를 통한 위기돌파 의욕도 엿보인다.
SK그룹은 SK홀딩스와 SK텔레콤에 대한 조직개편을 이미 마쳤다.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2010년에 대거 교체됐을 뿐 아니라 부회장단까지 신설된 만큼 올해는 소폭 인사에 머물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그룹은 해마다 2월 정기인사를 실시해 왔다. 올초 170명이 넘는 임원을 승진발령한 만큼 롯데그룹 역시 인사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그룹은 후계경영 구도가 가시화될지도 관심사다. GS그룹은 내년 1월 GS에너지 출범에 앞서 대규모 조직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장남인 허세홍 전무도 GS에너지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이때 허 전무는 승진인사를 통해 요직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