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최중경의 ‘알뜰주유소’ 이번엔 먹힐까
2011-11-03 11:16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퇴임을 앞둔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공을 들여온 ‘알뜰주유소’ 카드가 3일 모습을 드러냈다.
정유사의 ‘영업장부’를 들여다봐도 안되고, 이른바 ‘비대칭성(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확‘ 내릴때는 ’찔끔‘)’이 확인됐음에도 요지부동이던 기름값 잡기에 정공법을 택한 셈이다.
최 장관은 지난 4월 ‘자연 독과점 시장에서 향유하는 이익은 소비자들에게 일정하게 양보할 필요가 있다’는 요지의 논리를 내세워 국내 정유사들을 몰아붙인 끝에 ℓ당 100원 가격할인을 이끌어냈었다.
그러나 글로벌 재정위기가 심화로 국제 경기전망이 어두워짐에 따라 국제유가가 내림세를 보였음에도 국내 휘발유 가격은 50여일 이상 오름세를 보여 서민가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정부의 압박이 시장에서 먹혀들지 않은 것.
이에 따라 이번 정책의 키 워드는 석유공사의 유통시장 참여를 통해 공공부문에서 휘발유 값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석유공사가 농협중앙회와 함께 ‘구매력’을 앞세워 싼 값에 석유제품을 사들인 뒤 알뜰주유소에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공급한다면 소비자 판매가격이 떨어질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석유공사는 서산기지 시설개선을 완료하고 다음달말부터 탱크 2기를 알뜰주유소에 대한 제품 공급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서산-용인간 송유관을 활용해 수도권 대상 공급물량을 싼 값에 대량으로 확보하고 유통시킨다는 구상이다.
석유공사는 저가시점 대량구매에 의한 가격인하 여력을 제고한다는 기본 원칙을 세우고는 국내 정유사를 통한 대량구매, 해외제품 수입, 국내외 정유공장 위탁생산을 시기별로 골라서 적용하기로 했다.
지경부는 이런 방식을 동원하면서 2015년까지 알뜰주유소 수를 전체 주유소의 10%로까지 늘려만 놓을 수 있다면 국내 정유4사의 독과점 구조에 따른 경쟁제한성을 크게 흔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정유사에 묶인 주유소 중심의 시장은 이들 ‘제3세력’의 성장에 따라 새롭게 재편되면서 전반적인 경쟁 심화에 맞물린 가격인하를 이끌 수 있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결국 마진 최소화 등 알뜰주유소 취지에 동의하는 자가폴 및 정유사 주유소들이 얼마나 많이 알뜰주유소 전환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이냐가 정책 효과를 좌우할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들 업소의 수요가 상당수준 전제돼야 석유공사의 구매력이 커지고 유통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도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존 주유소 사업자 외에 공익단체, 사회공헌 차원의 기업 등 공익중시 민간사업자들의 참여까지도 독려하려는 것은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맥락이다.
나아가 판매물량과 매출 크기가 상당한 서울 등 수도권 중심으로 알뜰주유소의 출현이 밀도있게 잇따라야 초기 시장의 ‘빅 뱅’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지만 이것 역시 쉽지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알뜰주유소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셀프화에 대해서도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가뜩이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셀프화는 한층 더 고용문제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동반성장의 ‘코드’와는 거리가 먼 선택이라는 논거에서다.
사은품을 없애는 데 대해서도 그만큼의 금액이 고스란히 가격인하로 이어져 소비자 이익으로 돌아올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현재 정부는 내수 시장의 3%를 차지하는 농협중앙회의 498개 주유소 가운데 300개 가량의 NH주유소를 알뜰주유소 모델로 보고 있다. 지난 9월 기준으로 이들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일반 주유소에 비해 ℓ당 30.4원 낮은 데 불과하다.
결국 정부가 내심 바라는 ℓ당 100원 안팎의 가격인하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뜻이어서 앞으로 정부 정책의 실행 과정과 시장질서의 변동 추이에 눈길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