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신용등급 강등 '불씨'...최대 채권국 프랑스 '타격'...한국도 '안전하지 않다'

2011-10-05 15:39

(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20년만에 처음으로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3단계나 하향조정하면서 유로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유로존에서 세번째로 꼽히는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은 갑작스런 일은 아니다. 앞서 9월 S&P가 이탈리아 장단기 신용등급을 내렸었고, 무디스도 줄곧 강등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이달 중순 예정된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 만기 연장을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글로벌 경제에 금융불안 심리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번 조치가 유럽발 금융위기 진앙지인 스페인·아일랜드·그리스·포르투갈 등 이른바 피그스(PIGGS) 국가들의 연쇄적인 신용등급 추가 강등으로 이어질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물론 한국 등 아시아 신흥국들도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던질 신용등급 재점검 올가미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디스·S&P, 伊에 같은 점수 줬지만…


4일(현지시간) 무디스가 하향한 이탈리아 신용등급은 S&P가 앞서 내린 수준과 비슷하다는 게 국내 증권업계의 평가다.

따라서 새로운 이벤트가 아닌 만큼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지난 8월초부터 본격적으로 미국·일본·프랑스 등 선진국 국가신용 등급 강등 작업을 수행해 왔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무디스는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다소 높게 유지하고 있다가 이번에 S&P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춘 것”이라며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자체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주요인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내 주식시장도 하락세를 보였지만 2%대에 그쳐 전날 낙폭보다 적었다. 원·달러 환율도 나흘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일본·대만 등 주요 아시아증시도 1%미만으로 하락했다.

문제는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이 유로존 전반으로 불안심리를 전이시킬 수 있다는데 있다.

이달에 돌아오는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 등 4개국 국채는 952억 유로(약 152조3200억원)나 된다. 당장 오는 14일에는 모두 31억 유로 규모의 이탈리아·그리스 국채가 만기된다. 만기 연장이 어려워질 경우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일부에서‘10월 위기설’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탈리아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경우 이탈리아 채권을 보유한 유럽국가들의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며“특히 프랑스는 이탈리아의 최대 채권국으로 프랑스 은행들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무디스는 실제 지난달 14일 프랑스 2·3위 은행인 소시에테 제네랄, 크레디 아그리콜 등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고, 피치도 프랑스 은행 들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압력이 심화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도 '신용등급 안전하지 않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들도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신용 재평가 타깃이 되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피치는 지난달 초 중국 은행권의 자산건전성 악화가 예상된다며 12~24개월 안에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피치는 지난달 27일 신용도 점검차 우리나라를 방문하기도 했다. S&P도 이달 중 같은 이유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정부는 국가 신용평가의 한가지 척도가 될 수 있는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다고 늘 강조해 왔다.

정부에 따르면 9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3034억 달러로 전월말 보다 88억 달러 줄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리먼 사태 대비 1000억 달러 이상 늘었지만 월간 하락폭이 2008년 11월 118억 달러 감소 이후 2년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유로화, 파운드화 등의 큰 폭 약세로 이들 통화표시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이 크게 줄어든 것이 주된 이유다.

이런 추세를 감안할 때 유사시 사용될 외화자금을 추가로 쌓거나 미국과의 통화스왑 계약을 새로 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적인 조치로 더 많은 외환 보유액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센터장도“신용평가사들이 유로존 국가를 비롯해 신흥국가 등의 글로벌 공조를 이끌어 내기 위해 한국이나 중국 등의 신용등급에 재차 점수를 매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