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테러범, 게임으로 미리 연습했나
2011-07-27 11:10
(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노르웨이 연쇄 테러의 용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2·사진)가 25일 저지른 자신의 범행과 흡사한 민간인 대량학살 장면이 등장하는 게임을 즐겼던 것으로 나타나 그의 범행과 게임의 연관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기서 게이머는 테러조직의 일원이 되어 러시아의 한 공항에 태연히 들어가 민간인 수백 명에게 총기를 무차별 난사, 학살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게임 속 모든 장면이 총을 든 게이머의 시각에서 전개되는 1인칭슈팅(FPS)게임이어서 실제로 총격을 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극히 몰입하게 되는 연출이 특징이다.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민간인을 마구 조준 사격하고, 피를 흘리며 쓰러진 희생자를 잔인하게 확인 사살하는 게임 속 장면은 브레이비크의 실제 범행 현장과 매우 흡사하다는 평이다.
게다가 게이머가 러시아의 극우 민족주의 테러조직 소속이라는 설정도 브레이비크가 다문화주의에 반대하는 극우 테러리스트라는 점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이 장면은 사실 테러단체에 위장 잠입한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인 게이머의 시각을 통해 테러조직의 잔혹성을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 게임은 민간인 학살에 게이머가 동참한다는 충격적인 묘사 때문에 지난 2009년 게임 출시 이후 세계적으로 상당한 논란을 낳았다.
물론 이 게임을 브레이비크의 범행 배경으로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지만, 가뜩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문화적 망상'에 빠진 브레이비크의 범행 방식 등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전적으로 배제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브레이비크의 심리 상태와 관련해 스웨덴 국방대 비대칭위협연구소의 마그누스 란스토르프 연구소장은 그가 인터넷에 올린 범행 선언문의 내용을 살펴봤을 때 "그가 가상세계에 빠져 현실과 실제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