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서점가 특징은 '추억'과 '스토리'가 만든 감동
2011-06-29 13:49
'문재인의 운명' 최진실의 삶 담은 '엄마가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인기
요즘 서점가 트렌드 가운데 하나인 ‘추억’은 과거 유명 인사에 대한 추모 및 회고 서적들의 인기로 설명된다.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온 고인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와 그들을 추억하는 독자들의 코드가 합일점을 찾으면서 서점가의 인기 견인차 노릇을 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스토리’다. 영화 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다간 이들의 모습이 독자들의 감정 이입을 끌어내며 ‘감동’이란 덤까지 전하고 있다.
최근 서점가의 최대 이슈는 ‘문재인의 운명’이 보이고 있는 인기다. 지난 23일 한국출판인회의가 집계한 전국 9개 온오프라인 판매부수 집계에서 1위를 휩쓸었다. 무려 5개월이 넘게 1위 자리를 지켜온 서울대 김난도 교수의 에세이집 ‘아프니깐 청춘이다’를 끌어내렸다. 출간 일주일 만에 거둔 성적이다.
출판계는 이 책의 돌풍 원인으로 ‘추억’과 ‘향수’를 꼽았다. 한국출판인회의에 따르면 이 책의 주요 구매층은 386세대인 40대가 주축이다. 현 정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강한 이들 386세대가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여전한 지지로 이 책의 구매를 당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저자인 문재인 현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내년 대선을 주도할 인물 중 한 사람으로 떠오르는 점도 이 책의 인기 요인 중 하나다.
독자들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또 다른 인물로는 ‘국민스타’ 최진실을 들 수 있다. 만인의 연인으로 사랑받아온 그가 2008년 10월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의 삶을 담은 ‘엄마가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는 최진실의 엄마 정옥숙씨가 쓴 자식에 대한 사랑이다.
이 책은 진실-진영 남매가 스타로 성공한 과정, 이혼과 사채설로 피폐했던 딸의 모습, 딸과 아들의 시신을 앞에 뒀던 순간, ‘진실이 엄마’ 정씨가 아이들을 키우며 겪었던 어려움과 기쁨 등을 자세히 담고 있다.
또한 죽기 3일 전 두 아이에게 남긴 故최진실의 마지막 메모와 미공개 사진, 다수의 편지글도 담겼다. 최진실이 정씨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짧은 메모는 자식을 가진 엄마들에게, ‘엄마’라는 존재를 가진 딸들에게 감동을 넘어선 특별함을 전한다.
엄마의 사랑과 존재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는 출간 3년이 지난 최근까지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머물 정도로 독보적인 인기를 거듭하는 베스트셀러다.
2007년 겨울부터 이듬해 여름까지 ‘창작과 비평’에 연재된 이 작품은, 시골서 올라온 엄마가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실종되면서 시작되는 스토리가 인상적이다. 가족들이 사라진 엄마의 흔적을 추적하며 기억을 복원해 나가는 과정은 추리소설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늘 결에 있었기에 사랑을 몰랐던 엄마에 대한 존재를 되새기게 하는 힘이 독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미 그 인기에 힘입어 수차례 연극 무대에 올랐고, 최근에는 뮤지컬로 이어졌으며, 여러 영화에 그 모티브를 전하며 ‘엄마 신드롬’이란 트렌드까지 만들어 냈다.
이 같은 인기는 전 세계인의 공감대까지 흔들며 미국과 유럽 등 27개국 출판이란 기록까지 세웠다.
영화 평론가 심영섭 대구 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엄마란 존재는 지친 현대사회 속에서 위로를 느낄 수 있는 상징적인 아이콘”이라며 “현대인들이 느끼기에 어쩌면 언제라도 돌아갈 수 있는 고향 같은 존재인 엄마에 큰 공감을 얻어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인한 불황과 그로 인한 심리적 위축이 과거에 대한 추억과 ‘엄마’로 대변되는 그리움으로 변모돼 우리 사회의 감성적 코드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추억을 통한 이야기의 힘이 당분간은 서점가의 발걸음을 가볍게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