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오바마-베이너, 첫 골프회담…모처럼 '합심'

2011-06-19 15:41
18홀서 같은 팀, 2달러씩 따

(아주경제 이지은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연방 하원의장이 토요일인 18일(현지시간) 모처럼 합심했다. 복잡한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골프 라운딩을 하기위해 장시간 자리를 함께했다.

시즌 두 번째 메이저 골프대회인 US오픈이 인근에서 열리는 가운데 두 사람은 이날 아침 9시30분부터 워싱턴 D.C. 외곽의 앤드루 공군기지에서 '골프 회담'을 가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 바이든 부통령을, 베이너 의장은 자신의 고향인 오하이오주의 공화당 소속 존 케이식 주지사를 각각 동반자로 선택한 상태였다.

오바마와 베이너 두 사람이 정치 외적인 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백악관은 이번 회동이 대화를 나누는 사교적 행사의 하나라고 전했다.

재정적자 축소와 정부부채 한도 증액 문제에서부터 리비아 군사개입 승인 여부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대립을 계속해 오던 두 사람 간의 간극이 이날 한 번의 골프회동으로 좁혀질 것이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없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골프회동에 앞서 "두 분이 18홀을 마치고 들어와서는 '협상을 타결했다'고 말하지 않을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만일 골프장에서의 몇시간이 타협에 좀 더 가깝게 갈 수 있게 한다면 이번 일은 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의회와의 정부부채 한도 증액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바이든 부통령이 동참한 것은 이번 회동에 거는 백악관의 기대를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오바마는 이날 골프 카트를 직접 운전하며 옆자리에 앉은 베이너 의장을 모셨다.

오바마가 거의 매주 라운딩을 하는 '홈 구장'인 앤드루 기지 골프장 동(東)코스에서 이뤄진 이날 골프라운딩은 카메라 촬영을 위해 1번 홀 그린에서의 퍼팅 장면이 이례적으로 잠시 언론에 공개됐다.

잠깐 공개된 여야 영수들의 골프회동 장면은 여느 골프장의 모습과 같았다. 또 이들이 샷을 날리는 모습도 일반인들과 비슷했다.

오바마는 2번 홀로 이동하면서 베이너의 등을 가볍게 톡톡 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야구 모자에 흰색 폴로셔츠, 짙은 색 긴 바지 차림이었다. 반면 베이너 의장과 바이든 부통령은 모두 반바지 차림의 간편한 복장을 하고 나왔다. 케이식 주지사는 긴 바지를 입었다.

구체적으로 이날 게임이 홀마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는 즉각 전해지지 않았다. 다만 18번 홀에서는 오바마와 베이너가 같은 편이 됐다. 두 사람은 바이든과 케이식 조를 상대로 18번 홀 게임에서 이겨 2달러씩을 나눠 가졌다.

미국 골프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오바마의 골프 실력은 핸디캡 17, 베이너는 핸디캡 7.9로, 베이너가 훨씬 잘 친다. 핸디캡은 골프 실력을 수치로 표현한 것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골프를 잘치는 사람이다. 백악관은 이날 골프회동의 스코어를 바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골프를 끝낸 네 사람은 클럽하우스로 가서 찬 음료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고, US오픈 3라운드 중계를 잠시 시청한 뒤 군부대 장병들을 만나러 떠났다.

한편 대통령의 골프회동이 있는 동안 다른 일반 골퍼들에게도 골프장의 문은 계속 열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