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 "저축銀 비리 정상 수사…내일 고강도 성명"

2011-06-05 22:02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가 5일 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정상적으로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검은 6일 긴급간부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협의한 후 정치권의 중수부 폐지 움직임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방침이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이날 중수부 문제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내일 회의 이후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 성명에 상당히 비중 있는 내용이 담길 것임을 시사했다.

이 성명에는 이번 수사를 통해 금융당국과 정관계 비호 속에 자행된 수조원대의 저축은행 비리를 파헤친 것처럼 과거 수많은 권력형 비리를 수사해온 중수부의 존치 필요성을 강조하고, 정치권의 중수부 폐지 움직임의 부당성을 역설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수뇌부는 지난 3월 중수부 폐지안이 담긴 사개특위 특별위원회 합의사항이 처음 공개됐을 때도 중수부 폐지는 ‘부패사건 수사를 무장해제하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금융비리 및 정관계 로비의혹을 수사하는 중수부는 이날 하루 피의자ㆍ참고인을 소환하지 않고 수사팀원들에게 휴식을 취하도록 지시했으나 상당수 검사는 출근해 주요 피의자 조사 등 수사업무를 계속했다.

김홍일 대검 중수부장은 "오늘 지친 일부 검사들을 쉬게 했지만 중수부 수사는 지극히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수부 수사팀은 지난 3월15일 부산저축은행그룹 5개 계열은행을 동시에 압수수색하면서 공개수사를 시작한 이래 3개월째 휴일 없이 강행군을 계속해온 탓에 휴식이 필요했을 뿐이라며 정치권에 반발한 '파업'이라는 등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지난 3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검찰관계법 소위원회에서 중수부의 직접 수사기능을 폐지하는 방안을 법제화하기로 합의한 데 반발해 수사를 일시 중단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검찰소위의 중수부 폐지 법제화 합의 이후 저축은행 사건 수사 일정이 일부 차질을 빚는 듯한 모습도 눈에 띈다.

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그룹 측의 검사무마 청탁을 받고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이 제기된 김종창(63) 전 금융감독원장을 당초 이날 소환하려 했으나 긴급간부회의 이후인 7일께로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한찬식 대검 대변인은 "중수부의 저축은행 수사는 중단된 적이 없고 공식 휴무일로 지정한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어 "국회에 반발해 중수부가 수사를 중단했다는 일부 보도는 와전된 것"이라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우병우 대검 수사기획관은 "검찰소위의 합의가 있던 3일에도 담당 검사들이 밤까지 남아 참고인 조사를 했고 다음 날(4일)에도 참고인 조사를 계속했다. 수사를 중단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중수부 분위기가 격앙돼 있고 (수사팀원들 사이에서) '이런 상황에서 수사할 마음 안 생긴다'는 얘기가 오고 간 것은 사실"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대검 수뇌부는 중수부 폐지 논란 등 외부 영향에 관계없이 중수부의 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끝까지 끌고 간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김준규 총장의 임기(2년)가 끝나는 오는 8월 이전까지 저축은행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중수부 수사팀의 핵심 관계자는 그러나 "8월에 검찰 인사가 있어도 중수부의 과장(부장검사) 이하 검사들은 그대로 남아서 저축은행 수사를 계속할 수 있게 다음 집행부에 건의하기로 방침이 정해졌다"고 말했다.

중수부의 저축은행 수사는 100여명의 수사인력이 투입돼 부산저축은행그룹 내부비리, 금융감독기관 부실검사 및 정관계 로비, 특혜인출, SPC(특수목적법인) 비리, 재산환수 등 5개 축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28명이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