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업계 부동산 PF 부실 처리 잰걸음

2011-05-24 16:18
금감원, 98개 저축銀 PF사업장 전수조사<br/>은행권 배드뱅크 출범도 임박

(아주경제 이재호 방영덕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확산을 막기 위한 금융당국과 업계의 행보가 바빠지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자산관리공사(캠코)는 저축은행의 PF 사업장에 대한 옥석가리기에 나섰고, 은행권도 PF 부실채권 매입을 위한 배드뱅크 출범을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이 24일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해 전면조사키로 함에 저축은행의 하반기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6월 결산을 앞둔 저축은행들은 이번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구조조정 명단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대형 계열저축은행을 비롯한 몇몇 저축은행이 구조조정 명단에 오를 것이라는 얘기마저 돌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해 4월에 이어 다시 저축은행 PF 사업장을 일제히 점검하기로 한 배경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PF 부실이 올해 들어 더 심해졌다는 판단에서다.
 
98개 저축은행 가운데 증시에 상장됐거나 후순위채권을 발행한 25개 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공시자료를 보면 이들 저축은행은 11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PF 대출 부실이 갈수록 쌓임에 따라 저축은행의 경영난은 가혹화되고 있다. 1분기 실적을 공시한 25개 저축은행의 PF 대출 잔액은 지난 3월 말 현재 4조7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연체율이 모두 두자릿수를 기록했으며, 푸른(48.3%), 대영(45.3%), 스마트(45.2%), 신민(33.8%), 경은(30.9%) 등은 연체율이 30~40%에 달할 정도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이번 PF 일제점검 과정에서 하반기 구조조정 대상이 될 저축은행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당장 캠코에 부실 PF를 할인 매각하는 저축은행들은 손실액을 반영해 충당금을 대규모로 쌓아야 해 부담이 크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뚝 떨어질 수 있어 충당금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은행권은 PF 부실채권 매입을 위한 ‘PF 정상화 뱅크’의 출자 규모를 확정하고 이달 중 공식 출범시키기로 했다.

연합자산관리(유암코) 내에 설립되는 1호 배드뱅크의 총액은 1조2280억원이며 출자금이 8000억원, 대여금이 4280억원 수준이다.

국민·우리·신한·하나·산업·기업은행과 농협 등 7개 은행이 참여키로 했으며, 외환·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은 불참한다.

은행별 출자 비율은 최종 조율 중이다.

PF 대출 잔액이 많은 국민·우리은행과 농협은 A그룹으로 분류돼 출자금 1500억원, 대여금 1000억원을 각각 부담할 예정이다.

신한·하나은행은 B그룹으로 출자금 1000억원, 대여금 500억원을 부담하며 C그룹으로 분류되는 산업·기업은행은 나머지 금액을 책임지게 된다.

참여 은행과 유암코는 10여 차례의 실무자 회의를 거쳐 분담 규모를 결정했으며, 최근 양해각서(MOU) 초안이 완성됐다.

1호 배드뱅크는 다음달 중 1조원 가량의 부실채권을 사들일 예정이다. 할인율은 50% 정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배드뱅크 설립을 통한 PF 부실채권 처리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외환은행 등 외국계 은행의 불참으로 출자 부담이 커진 다른 은행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또 배드뱅크가 매입할 채권 대상에서 제외된 지방은행의 PF 부실채권 처리도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은행 출자를 통한 부실 처리는 단기적인 대책일 뿐 PF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