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노는 지자체, 수도권 광역경제발전 전략 1년 평가①]

2011-05-23 10:35
광역발전위 1년, 정책컨트롤타워 역할 부재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수도권 규제완화, 접경지역의 수도권 제외 문제, 광역교통인프라 구축 등 수도권의 현안이 즐비한 형국이다. 수도권을 구성하는 서울, 경기, 인천 3개 시·도의 상시적 현안 조율이 없는 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수도권 광역경제권 발전을 위해 정부 산하에 3개 시도 수장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수도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가 2009년 말 설치됐다. 또 3개 시도가 지역경제 부흥을 위해 18개 공동정책 과제를 추진키로 한지 1년여가 지났다.
 
 그러나 서울·경기·인천은 자기들의 이해에 몰입하면서 원활한 소통과 상시적 조정에 실패한 상태다.
 
 이에 본지는 수도권 광역현안의 추진 현주소를 짚어보고 향후 과제 및 그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수도권 광역경제권의 발전을 위한 서울·인천·경기 3개 시도의 협력체계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지자체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데다 광역발전위의 이견 조정력도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3개 시도 ‘제각각’…공동과제 ‘지지부진’
 
 22일 광역발전위와 3개 지자체에 따르면 광역인프라 구축 분야 중 대표적인 경인 익스프레스 사업은 발표된지 1년이 넘었지만 사업타당성 검토조차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위원회 산하 인프라 기획단에서 ‘난상토론’만 벌이고 있어서다.
 
 또 인천시가 요구했던 제2경인고속도로∼강남순환선 연결, 제3경인고속도로 구간 연장 사업은 1년만에 철회됐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민자고속도로 사업과 구간이 겹치면서 문제가 됐다.
 
 산업·경제발전 분야의 수도권 일자리 공동정보망과 수도권 관광협의회 구축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일자리 정보망은 서울과 경기도에서 시범운영중이지만, 인천은 예산 배정이 안되면서 정보망 구축사업에서 빠진 상태다.
 
 3개 시도가 공동으로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하기 위해 추진키로 한 ‘수도권관광협의회’의 경우 서울시만 올해 1억원의 관련 예산을 배정했을 뿐 인천.경기는 전혀 예산을 편성치 않았다. 세부사업 구상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한강르네상스 및 경제문화도시 마케팅 프로젝트 등을 중심으로 인천, 경기와의 전략적 제휴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과 경기는 해외 관광객 상당수를 서울에 뺏기고 있다는 생각에 독자적인 관광 상품 개발에 주력하는 등 지자체가 ‘따로 놀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주된 관심분야인 규제개혁의 경우, 특정 지역에만 유리한 쏠림 현상이 극심화되면서 지자체간 ‘이익균형’이 틀어진 실정이다.
 
 이 분야 사업 중 도시 첨단산업단지 조성 입지규제 폐지는 서울에만 해당되며, 서비스업 외투지역 내 외국인 학교·병원 설립 지원은 서울.경기에만 해당하는 사업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공동과제에 주민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인천시 백석동에 위치한 수도권 매립지 사용기간 연장문제가 대표적이다. 당초 계약된 사용기간은 2016년이지만, 대체할 곳이 없다는 이유로 서울시는 2044년까지 연장 방침을 고수하고 있고, 인천이 이에 강력반발하고 있다. 서울-인천간 최대 쟁점거리지만 공동과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광역발전위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광역발전위, ‘컨트롤타워’ 제역할 찾아야
 
 문제는 공동과제 추진을 위해 지자체와 조율.협의를 해야 하는 광역발전위의 조정력 부재에 있다.
 
 광역발전위 고위 관계자는 “위원회는 직접적인 사업권이 없고, 3개 시도의 협약에 대해 제도적으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지시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3개 시도 시장과 도지사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공동추진과제가 취소되거나 좌초되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만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당초 지난 11일로 예정됐던 발전위 회의가 무산된 것도 이처럼 위원회가 아무런 조정력이 없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인천시 고위관계자는 “위원회가 느닷없이 5차회의 연기를 통보해왔다”며 “일정이 안맞았다는 이유였는데 아무래도 서울과 경기에서 입장이 엇갈린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위원회 회의가 정례화되지 않음에 따라 대개 총괄하는 각 지자체의 광역기획정책관은 제대로된 업무파악을 못하고 있다. 쟁점마다 사안별로 각 지자체가 실무과에서 업무를 조정해버리기 때문이다.
 
 경기도 고위관계자는 “공동추진과제에 대해 개괄적인 상황만 파악하고 있지 세부적으로 얼마나 추진되고 이견이 조정되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가령 교통인프라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 3개 시도의 광역기획정책관 등이 업무를 총괄하면서 상시적 조정을 하지 않는다. 시도간 문제가 생기면 ‘윗선’을 배제한 채 바로 대중교통과, GTX과 등 실무부서에서 조정해 나가기 때문에 계획적이고 대표성을 갖는 업무 협의가 진행되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광역발전위가 공통현안에 대해 정책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종대 KAIST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아무리 공통과제라고 하더라도 지자체간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다”며 “위원회가 사업의 우선순위를 먼저 정하고 철저한 재원대책을 마련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특히 “수도권 광역교통인프라와 관련해 정부가 광역교통조합 등을 만들고 이견 조정을 하고 있지만 편익이나 효과 등을 놓고 지자체간 갈등이 있다 ”며 “광역발전위가 제대로된 컨트롤타워로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