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야 망하든 말든'식 강경 파업 자성의 목소리 높아져
2011-05-18 17:00
(아주경제 조영빈 기자)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복수노조와 관련해 재계는 강성노조가 더 강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되레 이번 복수노조 시행을 기업 경쟁력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던 과거 대기업 노조들의 파업을 되돌아보고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이 노조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파업으로 인한 경쟁력 손실이다. 직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소통의 창구로 인정하면서도 대규모 파업 등을 주도하는 강성노조가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성노조가 주도하는 대규모 파업으로 경쟁력을 손실한 사례는 많다.
미국계 제조업체인 쓰리엠은 지난 2009년 경기도 화성에 마스크 공장을 확장할 계획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직원들의 전면 파업으로 인한 노사관계 불안 때문이다.
쓰리엠은 당시 신종플루 등으로 마스크 수요 급증으로 공장 라인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그즈음 민주노총 계열의 노조가 들어서며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는 전면 파업이 일어났다. 파업은 일주일간 지속됐고, 미국 본사는 국내 투자 계획을 백지화했다.
회사측은 “노사관계가 불투명해져 투자계획을 변경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화성에서 이뤄질뻔 했던 투자는 싱가폴로 넘어갔다. 화성 일대 수많은 일자리가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당시 사측도 사태 수습을 방관한 것은 아니다. 경영진은 임금 5% 인상안으로 노조측과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이미 화성 투자 계획은 변경된 후였다.
강성노조가 주도하는 파업은 실제로 외국계 국내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하며 국가 경쟁력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2009년 쌍용차 파업이 대표적이다.
당시 쌍용차 노조는 5월 22일부터 77일간의 장기간 파업을 강행했다. 파업의 여파는 국가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당시 세계경제포럼(WEF)가 실시한 국가경쟁력 평가 순위에서 한국은 19위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6계단 하락한 수치다. 쌍용차 파업으로 노동부문의 점수가 크게 하락한 것이 주요한 원인이었다.
현대자동차도 강성노조 주도 파업으로 발목 잡혀온 기업으로 꼽힌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노조원이 4만명에 육박하는 거대 조직이다. 생산직 평균 임금이 한 달 약 600만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20여년간 강경 파업을 선도해 왔다.
산업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현대차 등 대규모 파업이 유독 몰렸던 2003년의 경우 총 손실액이 2조원에 육박했다. 이 기간 122개 사업장의 파업으로 생긴 피해은 2조5000억원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대기업 노조의 파업은 결국 국가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투자 심리를 크게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코트라가 최근 외국계 기업 임원 2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투자 유치를 위한 한국의 선결과제를 묻는 질문에 ‘건전한 노사 관계 정착이 전체 26.7%를 차지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혔다.
코트라 관계자는 “복수 노조 시행으로 크고 작은 노조들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 경쟁력을 제고 할 수 있는 노사문화가 정착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