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준비됐다”, 발언 의도는?

2011-05-18 14:24

(아주경제 정경진 기자)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의춘 북한 외무상은 지난 17일 러시아 언론과 인터뷰에서 "동시행동 원칙에 입각해 한반도 전체를 비핵화한다는 9ㆍ19 공동성명을 이행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명의 당사자는 동시 행동원칙 아래 핵전쟁 위협 포기, 핵무기 폐기, 관계 정상화, 평화를 담보하기 위한 메커니즘 조성, 경제협력 이행 등을 점진적으로 이행할 의무를 지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려면 양측의 의무가 동시가 이뤄져야 하는데, 미국은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에게만 먼저 행동을 보이라는 것은 공동성명의 동시행동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박 외무상의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내년 서울 핵정상회의에 초청한 것에 대한 당국 차원의 답변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앞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1일자 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초대'라는 제안을 했는데 서로 차원이 다른 문제를 억지로 결부시키는 논법에는 불순한 기도가 엿보인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에 대한 북측의 이같은 반응은 미국과 우리 정부가 원하는 방식의 '비핵화 로드맵'이 여전히 수월치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우리 정부가 원칙을 강조하는 대북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측 역시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준비가 돼 있지만, 남북간의 관계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는 18일 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북한과)양자대화도 할 준비가 돼 있으나 일단은 남북관계 개선이 있기를 원하고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북한이 비핵화에 나선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면서 비핵화를 위한 북측의 행동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