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해외銀 인수 카드 ‘만지작’
2011-05-18 07:10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에 매진하느라 묵혀둔 해외은행 인수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론스타와 계약연장 협상 등 외환은행 인수의 1% 가능성만 있어도 전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지만 무산될 것에 대비해 해외진출을 통한 외형 확대를 노리는 것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은 지난 13일 긴급 이사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나서 미주 등 해외은행을 사들일 계획이었다”며 “외환은행 인수와 무관하게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진출과 관련해 하나금융은 2008년 로스앤젤레스(LA) 소재 한국계 교포은행인 커먼웰스은행 지분 37.5%에 대한 인수에 나선 바 있다.
당시 국내 금융당국의 승인은 받았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승인을 얻지 못해 무산됐다.
FRB가 하나금융의 당시 대주주인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비금융자본이어서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마섹은 FRB의 은행 인수자로서 기본 자료 공개와 심사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나 현재 하나금융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미국 교포은행 인수에 재도전하더라도 ‘최대주주 리스크’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LA 등 미국 서부지역에 우리 지점이 없다”며 “여기에 지점을 두기 위한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도 역점을 두는 곳 가운데 하나다. 하나금융은 과거 ‘PT뱅크 빈탕 마눙갈’을 인수해 현지법인으로 두고 있으나 지점수가 20여 개에 불과할 정도로 규모가 작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내 은행이 약 100개 있는데 10위권 정도를 알아보고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 매각가격이 떨어지자 팔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다시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은행을 인수하면 외환은행에 운영을 맡길 계획”이라며 최근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해주지 않는 것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작년 중국 길림은행 지분 18%를 인수한 하나금융은 2015년까지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을 연결하는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해 동아시아 글로벌 리딩금융그룹으로 성장한다는 포부를 품고 있다.
하나금융은 업계 최하위권인 하나HSBC생명의 규모를 키우는 등 비(非) 은행 부문 확대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