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투란도 여주인공 홍본영 "첫 국내무대 우리말로 연기하고 노래 행복해요"
2011-05-18 13:10
“짜릿합니다. 제 마음과 연출가의 마음, 그리고 관객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이 느낌말이죠.”
17일 뮤지컬 배우 홍본영씨가 ‘투란도’ 공연을 마친 후, 상기된 얼굴로 내뱉은 첫 마디였다.
얼음장같이 얼어붙은 마음과 가슴깊이 맺힌 한(恨)이 서린 황실의 유일한 공주 ‘투란도’.
절망과 원한에서 사랑과 용서까지 격동의 감정을 노래한 ‘투란도’역의 홍본영 배우를 만났다.
-‘투란도’의 ‘투란도’는 누구인가요.
"투란도는 황제의 유일한 손녀에요. 타타칸의 음모로 부모를 잃고, 여자는 대를 잇기 위해 필요한 도구 그 이상은 필요 없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을 품고 갇힌 존재로 살아가죠. 또 자신 때문에 황실 내에 죽음의 그림자가 끊이지 않는다는 죄책감에 쌓여있다가 ‘칼라프 왕자’의 진심이 전해져 결국 사랑과 용서를 할 줄 아는 여인입니다."
"너무 달라요. 활발하고 긍정이 삶의 힘일정도로 전혀 차갑지 않아요. 그래서 실제와 달라서 힘들지 않겠냐는 분들도 계신데요, 무대 위에서 장면으로 살다보면 하나도 안 힘들어요. 인생 살면서 많은 경험들을 하잖아요. 배신과 슬픔, 아픔 그 모든 것들을 다 끄집어내서 연기해요. 나와 다르다는 생각보다는 평소에 나오지 않는 나의 모습이라 생각해요."
-창작뮤지컬인만큼 결말이 좀더 극적이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결말은 마음에 드시나요.
"네, 마음에 들어요. 투란도를 불행에 빠트린 사악한 타타칸을 벌한다면 또 다시 죽음을 불러왔다는 죄책감에 사랑을 다시 못할 것같아요. 결국 사랑과 용서하는 마음이 모든 것을 이긴다고 생각하거든요."
-국내 첫 데뷔 무대라고 하더군요.
"‘타타칸’역의 김용구 씨와 함께 2005년부터 일본극단 ‘사계’에 있다가 작년에 한국에 들어왔어요. 6년동안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열심히 했는데 국내에서의 첫 무대를 이렇게 좋은 무대에 서니까 정말 좋아요."
-어떤점이 좋은가요.
"너무 좋아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요. 일단 우리말로 표현한다는 게 무엇보다 좋아요. 외국어로는 말 속의 영혼까지 표현하기가 힘들잖아요. 우리말로 연기하고 노래하면서 작은 감정까지 다 담아낼 수 있어서 진심을 더 담을 수 있어요. 저는 제 목소리로 제 노래로 이렇게 연기할 수 있구나...이 감정을 표현해 낼 수 있구나..생각하면서 무대 위에서 짜릿함과 행복을 동시에 느껴요.”
-계획 중인 작품이나 다음에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요.
"다음 작품은 아직 정해진 건 없구요. 마음으로만 준비하고 좋은 작품 만나길 기도하고 있어요. 찾아가는 사람에게도 기회가 오지만, 때론 때가 차면 찾아오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역할이라면 정말 많지만..뮤지컬 엘리자벳이나 에비타 같은 역할이나 지킬앤하이드의 ‘루시’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각오 부탁드립니다.
"한국 무대를 밟을 수 있게 기회를 주시고 힘이 되어주신 연출가 김효경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무대에서 마음을 다해 표현할 수 있게 문을 열어주신 분이시거든요. 앞으로도 어떤 작품을 만나든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고 노래할겁니다.”
대담=이지수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