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건축물은 ‘短命’...평균수명 25~30년
2011-05-12 14:16
매년 4억t에 이르는 건축물 쓰레기 배출<br/>부실 건설관리, 근시안적 도시정비, 정부실적 올리기가 원인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은 5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지만 50년이 넘는 건축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 저장대 공공경영학 판보나이(范栢乃) 교수의 이 말 한 마디는 현재 중국 건축 시장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건축자재 ‘블랙홀’이라 불릴 만큼 하루가 다르게 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있지만 중국 건축물의 평균 수명은 25~30년에 불과하다고 중국라디오방송(CNR)의 인터넷판인 중궈광보왕(中國廣播網·중국광파망)이 최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달 28일 랴오닝성 건설된 지 23년 밖에 안 되는 랴오닝성 과학기술관이 폭파공법에 의해 단 6초 만에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이 곳은 향후 새로운 대형 문화광장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해 7월에는 건설된 지 20년 된 베이징 젠궈먼(建國門) 노른자 땅에 있던 유명 호텔 카이라이(凱萊) 호텔도 철거됐다. 철거 1년 전만 해도 이 호텔은 수 천만 위안을 들여 대규모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철거되는 건물이 늘어나는 만큼 중국 내 새로 들어서는 건물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 주택도시건설부에 따르면 매년 중국에서 신규 건설되는 건축물 면적이 20억㎡인 것으로 집계됐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시멘트, 철근 소비량의 40%를 싹쓸이하고 있다. 한 마디로 중국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신규 건설되는 건축물이 가장 많은 국가인 셈이다.
안토니 우드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 공과대학원 도시연구소 이사는 “현재 전 세계 100대 고층 빌딩 중 무려 34%가 중국에 분포해 있다”며 중국의 고층빌딩 건설 붐을 지적했다.
일 년 사이에 대규모 건물들이 몇 개씩 철거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실 건설관리 △근시안적인 도시정비 계획 △ 정부 실적 올리기 등을 이유로 꼽는다.
매년 지방정부가 ‘눈에 보이는’ 업적을 만들어내기 위해 너도나도 랜드마크 건물을 세우고 도시 정비를 강행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결국 몇 년 안 돼 헐어버림으로써 대규모 건축재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판 교수는 “단명으로 끝나는 건축물 때문에 매년 4억t에 이르는 건축물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대다수 전문가들은 건축물 수명을 늘릴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중국에서 건축물 사용연도를 지금보다 20년을 늘린다면 지난 2006년 완공된 건축물을 기준으로 총 4682억8600만 위안의 거액을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