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부산저축은행의 경제범죄를 사실상 방치한 금융감독원 간부들의 비리 혐의가 줄줄이 드러나고 있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최근 한두 달 새 비리 혐의로 체포되거나 기소된 금감원 전·현직 간부는 11명에 달한다.

현재 불법대출, 횡령, 배임 등 7조원대 금융비리를 저지른 부산저축은행그룹 등과 관련한 불법·비위행위가 속속 드러나고 있어 향후 형사처벌 대상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3월 감사원 감사로 부실검사가 적발된 사실이 드러난 데 따라 부산저축은행그룹을 검사했던 금감원 간부 이모씨를 9일 체포했다.

이씨는 현재 부국장급(2급)으로 지난 2009년 부산저축은행 검사를 총괄한 검사반장이었다. 이씨는 검사 당시 각종 부실을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고 각종 부실을 묵인해준 혐의(뇌물수수 등)를 받고 있다.

당시 검사 과정에서 부산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수익금의 최대 90%까지 배당받는 '투기 사업'으로 영위해 온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으나 이 씨는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산저축은행이 대출자 21명에게 내준 2000억원대 대출의 자산건전성을 상향 분류한 사실을 지적하지 않은 데다 이 중 10명은 자산건전성 분류의 오류가 전산시스템상 자동으로 드러나는데도 검사반원 중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에 검사팀 전체가 부실을 묵인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씨 외에도 2005~2007년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검사를 담당했던 최모 수석조사역은 감사 당시 200억원대 대출 알선을 해주고 6000만원을 챙기는 등 '대출 브로커' 역할을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최씨는 부동산 개발업을 하는 고교동창생의 동생과 술자리·골프를 함께하며 어울리다 대출 청탁을 받았으며, 영업정지된 다른 저축은행의 신탁업무와 관련한 청탁으로 예금보험공사 간부와도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외에도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감사로 재직했던 금감원 고위간부 출신 문모씨를 비롯한 4명이 감독은커녕 4조5000억원대에 달하는 불법대출에 적극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현직 금감원 간부 등에게 부산저축은행의 부실을 묵인하도록 금품과 향응 등 로비를 벌인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중이다.

현직 금감원 저축은행서비스국 부국장(2급) 정모씨는 최근 영업정지된 보해저축은행에 대해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고 각종 비리를 눈감아 준 혐의가 드러나 구속기소됐으며, 금감원 부국장 출신으로 현 KB자산운용 감사인 이모씨는 금감원 재직 시절 보해저축은행에서 수억원을 받아챙긴 정황이 드러났으나 도주해 수배 중이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유가증권 발행업무와 관련해 청탁과 함께 금품을 주고받은 금감원 전·현직 간부 3명을 구속 기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