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통독 주역들에 ‘통일’ 조언 구해
2011-05-11 02:30
드 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 등과 조찬 간담회
(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독일 통일의 주역들을 만났다.
독일을 공식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이날 베를린 시내 한 호텔에서 지난 1990년 독일 통일 당시 동·서독 간 협상과정에 간여한 로타르 드 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 등 핵심 관계자들과 조찬을 함께하며 독일 통일과 내적 통합 과정, 그리고 독일 통일이 한반도 통일 문제에 주는 시사점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드 메지에르 전 총리는 동독의 마지막 총리로서 서독과의 통일 협상을 이끈 인물이다.
이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북한을 포함한 최근 한반도 정세와 우리 정부의 통일정책 등을 설명하면서 통일 준비 등에 관한 조언을 구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간담회엔 통독 당시 서독의 내무 장관으로서 통일 조약에 서명한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과 헬무트 콜 전 서독 총리의 보좌관으로서 ‘통독 프로세스’를 설계한 호르스트 텔칙 전 총리 외교보좌관, 통일 당시 서독 육군의 동부지역 사령관으로 동·서독 군 통합을 주도한 외르크 쉔봄 전 국방 차관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발행된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과의 회견에서 “북한은 항상 도발과 대화 의지를 내비치는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우린 도발에 대한 사과를 북한에 요구하고 있다. 북한이 솔직한지 지켜본 뒤 그들의 대화 제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최근 북아프리카 지역 아랍권 국가의 연쇄적인 민주화 혁명, 이른바 ‘재스민 혁명’과 관련해 “북한 사회가 많이 차단돼 있고 정보도 부족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없겠지만, (북한도) 이런 움직임을 거역할 수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또 “북한은 권력 세습이 3대로 이어지는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안정성을 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대화 용의를 보일 것”이라며 “우리도 진지한 대화가 필요하고, 이는 북한에도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북한의 권력 이양이 계획대로 이어지더라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대표성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의 대외 개방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6자회담 등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간담회 뒤 전용기편으로 프랑크푸르트로 이동, 독일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 및 현지 동포들과 잇달아 만난 뒤, 폴커 부피어 헤센주(州) 총리 주최 만찬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