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외교 시리즈> 왕자루이, 경제통에서 외교핵심으로 부상…한반도 정책 주도

2011-05-11 18:53
남북관계 업무인정 받아 대외연락부로 옮긴 듯<br/>다이빙궈 신뢰 두터워 고속 승진…향후행보 주목<br/><중국외교를 움직이는 사람들 Ⅱ>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북핵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 2월 중국에서 장즈쥔(張志軍) 외교부 상무부부장과 류제이(劉結一)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을 만났다. 장즈쥔과 류제이가 북핵 6자회담 논의를 위한 중국측 당사자로 나온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두 사람이 현재와 과거에 속해 있는 조직의 연관성이다. 장즈쥔은 원래 대외연락부 출신이었다가 최근 외교부 상무부부장으로 한반도 핵문제를 관여하고 있는 핵심 인물이다.

류제이는 외교부를 거쳐 현재 대외연락부 부부장으로 외교부의 장즈쥔과 함께 6자회담 문제를 맡고 있다. 다이빙궈가 후진타오 집권 초부터 6자회담을 이끌었기 때문에 다이빙궈 인맥의 핵심 라인에 두 사람이 속해 있는 셈이다.

중국은 외교관련 기관이 '외교부'와 '중앙대외연락부'로 나뉘어 있지만 두 조직을 넘나들며 인사교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기관 소속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서상민 동아시아연구원(EAI) 중국연구센터 부소장은 "중국외교의 성격상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배치를 하기 때문에 상하관계를 따지기 어려운데다 큰 의미도 없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의 공식라인은 외교부이고, 대외연락부는 중국공산당 간부들 중 중국정치에 관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속해있는 기구라고 이해하면 된다.

중국의 대외연락부에서 우리가 눈여겨 볼만 한 곳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관련 인물들로 배치돼 있는 2국과 미국외교를 책임지고 있는 7국을 들 수 있다. 그 중 동북아 및 인도 지역 각 정당 및 정치조직 관련 연구와 네트워크 구축 업무를 담당하는 대외연락부 2국의 핵심인물들을 살펴본다.

◆中외교 맡은 경제전문가 왕자루이

현재 중국 대외연락부는 다이빙궈에 이어 왕자루이가 부장을 맡고 있다. 왕자루이는 대외경제 전문가라 할 수 있다. 경제학 박사인 그는 현재 베이징 대학과 상하이 푸단대의 경제학 겸임교수도 맡고 있다.

서상민 부소장은 "왕자루이가 중앙관계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왕이 지린성 성장이었던 왕종위(王忠禹·대외무역과 관련, 주롱지 전 총리 밑에서 대외무역업무를 담당했던 국무위원겸 장관)와의 인연과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왕종위가 1993년 국가경제무역위원회 주임(장관급)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왕자루이 역시 국가경제무역위원회 종합국 부국장에 임명됐다. 이는 왕종위가 왕자루이의 업무능력과 전문성에 대해 신임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 후 왕자루이는 2년 만에 유통국 국장으로 승진하고 칭다오(靑島) 부시장을 거쳐 시장에 이르기까지 승승장구하게 된다.

많은 중국외교 전문가들은 왕종위가 왕자루이를 선택해 중앙 정치무대로 데려왔다고 보고 있다. 왕자루이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는 왕종위다. 왕종위는 중국 정치협상회의 서열 4위로 정치협상회의의 후원을 받는 기구의 부주석이다.

그러나 경제무역 부문을 맡았던 왕자루이가 왜 중국 외교의 대표기구인 대외연락부로 옮기게 됐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막은 알려져 있지 않다. 다이빙궈와 왕종위 사이의 '무언의 교류'가 있었을 것이란 추측만 있을 뿐이다.

◆왜 왕자루이 인가?

왕자루이가 대외연락부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다이빙궈가 부장으로 있던 2000년부터다.

당시 다이빙궈는 후진타오의 외교브레인으로서 정당외교 뿐만 아니라 중국 외교정책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특히 북한 핵문제가 등장하면서 중국외교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난관에 직면해 있었다. 때문에 외교경험이 전무한 왕자루이를 부부장으로 전격 발탁하게 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우선 왕자루이의 업무경험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북한과의 교역이 활발한 지린성에서 오랫동안 관료로 활동했던 점, 그리고 한국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칭다오시의 시장으로 근무했던 경험 등이 높이 평가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대외연락부에 들어온 지 11년이 된 왕자루이는 7년 전 부부장에서 3년만에 다이빙궈에게 부장직을 물려받을 정도로 빠르게 승진했다.

한편 지난해 류홍차이가 북한대사로 임명되면서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은 대외연락부 라인이 장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이빙궈 국무위원, 왕자루이 대외연락부 부장, 류홍차이 북한대사 그리고 류제이 대외연락부 부부장 그리고 오랫동안 대외연락부 7국에서 활동했고 지금은 자리를 옮겨 외교부 상무부부장으로 있는 장즈쥔(張志軍)까지 모두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인맥이다.

다이빙궈와 왕자루이의 대외연락부 인맥이 주도하고 있는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정책이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아주경제&EAI 중국연구센터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