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한.EU FTA 비준안 합의 철회 후폭풍

2011-05-05 21:38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제1야당의 수장 손학규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한나라당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합의 처리 약속을 어기면서 ‘배신자’로 낙인 찍혔다. 여야 합의 파기로 한·EU FTA 비준안만 통과됐지 민주당이 요구했던 농어민 피해대책이나 소상공인 보호 대책 등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얻은 게 아무것도 없다는 평가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5일 "손 대표에게 이번 비준안 처리 과정은 가장 큰 시련이었을 것"이라며 "한동안 여야 관계가 냉각되는 등 손 대표에게 무거운 짐이 맡겨진 것 같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지난 4일 여야정이 합의했던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합의 처리 약속을 파기했다. 당내 비주류측의 강한 반발도 있었고, 내년 총선.대선에서 야권연대와 필요성 때문에 민주노동당 등의 눈치도 봤다는 분석이다.
 
 손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렇게 하면 당과 내게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을 안다”면서 “피해 산업·국민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일인 만큼 결코 서두를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상태대로 합의해서 통과시켜 주긴 어렵지 않은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FTA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오늘 처리하지 말고 좀 더 시간을 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의총 내내 손 대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며 의견을 경청하기만 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비준안을 처리하면서 온 종일 회의를 거듭했던 민주당은 아무것도 얻은게 없었다.
 
 여야정합의를 깼기 때문에 여당을 비판할 입장도 못되고, 정부로부터 얻어낸 농어민 피해대책 관련 법을 통과시키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정권창출을 부르짖는 제1야당이 무책임해선 안 된다는 비난하고 있다.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야 할 대권주자가 일부 진보세력에 휘말려 여야정의 협정을 어긴 것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손 대표는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확보한 중간층 흡수효과를 의식한 듯 “비준안 발효(7월1일)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 “중산층의 기대를 결코 저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국익 문제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어렵게 얻은 중도표의 표심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4·27재보선 이후 지지율이 급격히 상승한 손 대표를 겨냥한 비주류측의 ‘손학규 흔들기’에서 출발했다는 의혹도 일고있다.
 
 정동영 천정배 조배숙 의원 등 비주류측에서 반대의견이 쏟아져 나왔고 정장선 김동철 신학용 의원 등 손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 대부분이 비준안 합의처리에 찬성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