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윤증현' 경제과제는?
2011-05-05 17:01
물가안정·공공요금 인상 자제 등 현안 산적<br/>재정균형 달성·복지예산 처리도 커다란 숙제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최장수 경제장관'으로 불리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에서 시중은행장들에게 사퇴의사를 밝혔다.
물가상승의 책임을 묻는 한 국회의원의 질책에 "짐을 내려놓고 싶다"며 처음 속내를 털어놓은지 거의 2개월만이다. 2009년 2월 취임한 이후로는 27개월만의 일이다.
재정부는 "ADB총회에서 보는게 마지막이라는 뜻"이라며 성급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재정부 내부는 물론, 정부 당국에서는 사실상 '공식 사퇴'를 천명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이유가 물가상승이나 전세값 불안 등 서민경제를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윤 장관의 교체설은 본격화 됐다. 여기에 윤 장관의 이날 발언으로 청와대 개각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사실 윤증현 기획재정부의 사퇴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5%를 기록하면서 서민 물가불안이 증폭되던 지난 3월 9일. 그는 국회에서 물가상승의 책임을 묻는 의원의 질책에 “저도 정말 이 힘든 짐을 내려놓고 싶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물가상승의 책임을 추궁한데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낸 것이지만, 임기 2년을 넘기면서 누적된피로감이 컸다.
윤 장관은 지난해 12월 31일 개각 이전에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윤 장관에 대한 두터운 신임을 보여줬다.
사실 윤 장관은 2년이 넘는 재직기간 동안 다사다난(多事多難)한 시간을 보냈다. 유례없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그는 특유의 리더십과 안정된 경제정책 운용으로 경제회복을 이끌어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국격 제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리비아 사태에 이어 일본 대지진까지 겹치는 등 그 어느때보다도 대외적인 충격이 많았다. 이는 특히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신흥국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
재정부는 '1·13 물가대책'을 내놓은 이후 매주 단 한번도 빼놓지 않고 물가안정대책회의를 개최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소비자물가는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청와대가 '전쟁 중에는 수장을 바꾸지 않는다'라는 인사철학을 발표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각에서 경제수장이 바뀔 경우 정책당국의 향후 물가정책 방향이 바뀔 소지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여전히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불안 요소가 상존하는 가운데 하반기부터 공공요금 인상이 예고돼 있어 차기 경제수장의 행보가 녹록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재정균형 달성과 복지 예산 논란을 처리하는 것도 차기 수장의 과제로 남겨졌다. 윤 장관은 지난달 23일 열린 '2011년 재정전략회의'에서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복지를 피해야 한다"며 국회의 포퓰리즘 입법을 경계한 바 있다.
임기 내내 강조했던 투자병원제도 도입과 외국 의료기관 유치 등 의료산업 선진화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미제로 남겨졌다.
당장 내년에 예정된 청사 이전 문제도 걸려있다. 정부 기관의 수장으로서 공무원들의 복지와 생활문제도 신경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