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본사이전] 갈팡질팡하는 정부, 지역민심은 흉흉
2011-05-04 14:31
진주 일괄배치 소문에 전북권 의원·시민 반발<br/>어정쩡한 정부 처신에 지역 갈등만 갈수록 심화
특히 정부와 여당이 경남 진주로 일괄 이전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고 조만간 입지 선정 결과를 발표한다는 설이 퍼지면서 전북지역의 의원과 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4일 국토해양부와 LH 등에 따르면 LH 본사 이전 문제는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방침이 나오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주택공사는 경남 진주혁신도시에, 토지공사는 전북 전주혁신도시에 각각 이전하기로 돼 있어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지난 2009년 10월 주공과 토공이 LH로 통폐합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경남과 전북 모두 통합공사 본사는 각각 진주와 전주로 와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면서 여태껏 이전문제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여권 관계자 등을 통해 ‘LH본사 진주 일괄이전’ 잠정결론방안이 흘러나오면서 갈등이 절정에 이르게 된 것이다.
전북지역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폭발직전’이다.
민주당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LH 분산배치'를 당론으로 최종 확정하는 한편 도내 국회의원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법에 LH 분산배치를 명문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정동영 의원과 최규성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전북출신 국회의원 10명 전원은 LH 통합 전의 방침인 토지사업 부문과 주택사업 부문을 각각 전주와 진주로 분산 배치하는 내용의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LH는 전주혁신도시로 일괄 배치해야 한다”며 “이전 주체인 LH의 모든 임직원의 투표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결정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전북도와 도내 정치권,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LH 본사유치 추진 비상대책위원회’도 각 단체별 행동으로 LH 본사의 분산 배치를 위한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더불어 도의회는 법률적 대응팀을 구성해 행정소송이나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을 검토하는 한편, 충청권과 연대해 LH의 분산배치를 추진키로 했다.
상황이 어렵게 전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명확한 해명이나 설명 없이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면서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
지난 3월 경남권 내 지역갈등만 야기하고 백지화로 결론 낸 동남권 신공항과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에 흘러나오는 경남 일괄 이전과 관련된 내용은 확정된 바 없는 사항”이라며 “6월 안에 입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 외에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입지는 국토부 주도로 양 지자체, 국회와 협의한 후 안건을 상정해야 심의가 진행되는데 현재 상정일조차 잡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홍철 위원장도 “LH 이전과 관련해 국토해양부와 어떤 사전 논의를 했거나 결정된 것도 없다”며 “다만, 상반기 중 결정한다는 일정을 더 늦추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