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대책 20일 부동산시장 긴급점검] 하루 15건 거래됐던게… 이달에는 단 2건

2011-04-10 15:57
오락가락 정부 정책에 거래시장만 고개 숙여<br/>서울 아파트 거래량 전월 대비 50%이상 줄어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정부가 '3.22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지 20일 지났지만 시장은 거래가 급속도로 위축되는 정부가 기대하는 곳과는 달리 정반대의 곳을 향해 가고 있다.

3.22대책은 핵심은 가계부채 안정을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다시 부활하는 대신, 취득세를 깎아주고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 주택거래를 살리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주택 거래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외침은 말 그래도 기대에 그치고 있다. 거래는 더욱 줄어들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하는 등 시장은 다시 움츠러 들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이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시장 상황만 악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 계속되는 세계 경제 불안과 국내 물가 상승 및 금리 인상 등 악재성 재료만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주택 거래 부진으로 인한 전세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주택 시장의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 정책도 신뢰를 주지 못하면서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며 “주택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등 앞으로도 당분간 주택 거래 활성화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서울 아파트 거래 ‘뚝’

서울시가 운영하는 부동산포털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5445건이었다. 하지만 3월에는 2479건으로 전월 보다 54%나 급감했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 8일 현재 단 90건에 머무르고 있다. 인구 1100만명 이상의 대도시에서 일 평균 아파트 거래량이 10건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주택 거래가 저조한 상황이다.

단 한 건의 아파트 매매거래가 없었던 곳도 서울시 전체 25개구 중 6개에 이른다. 1~2건에 그친 곳도 상당수다. 서초구와 송파구 만이 각각 15건, 10건으로 두자릿수를 나타냈을 뿐이다.

거래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아파트값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84㎡는 지난 3월 10억1700만원에서 10억9500만원 사이에 거래됐지만, 이달에는 9억5500만원으로 최대 1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시영아파트 51㎡도 3월 8억6500만원에 팔렸으나 최근 8억6000만원으로 떨어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2% 떨어졌다. 분당.평촌 등 5개 신도시도 0.01% 하락하며 5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경기도에서도 김포시(-0.06%), 용인시(-0.03%), 광주시(-0.03%), 안산시(-0.02%), 파주시(-0.02%) 등 대부분 지역의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보였다.

이처럼 수도권 아파트 시장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악재가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 무섭게 오르는 물가, 신뢰가 가지 않는 정부 정책 등이 주택 거래 정상화를 막고 있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3·22대책에 포함된 분양가 상한제 폐지 및 취득세율 50% 감면 등 주요 정책들이 표류하면서 거래시장의 관망세가 더욱 짙어지는 모습”이라며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등에서 일부 급매물이 빠진 이후에 추격 매수세가 전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취득세 때문에 입주도 잘 안돼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입주가 늦어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한 건설사 분양 담당 관계자는 "4월 중 입주가 예정돼 있는 계약자 가운데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연체료를 각오하고 잔금을 미루는 사례도 있다"며 "가부 여부가 하루빨리 결정됐으면 좋게다"고 하소연 했다.

세수 감소를 우려한 지방자치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가로막혀 취득세율 인하 조치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당장 입주를 앞둔 계약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취득세 감면 혜택에 따라 수천만원을 아낄 수도 있기 때문에 연체료를 내고서라도 잔금을 미뤄야 하는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성남 판교신도시 B5-2블럭 ‘판교 월든힐스’ 아파트 전용면적 155㎡는 분양가격이 10억2010만원으로 취득세가 4488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50%를 감면하게 2244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취득세 감면 논란으로 입주가 차질을 빚으면서 건설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분양 잔금 회수로 자금을 회전해야 하는데 입주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의 이홍일 연구위원은 "정부의 3·22대책이 현재의 침체된 주택시장을 크게 회복시키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건설업체들은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