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찾은 정운찬, 신정아 물음에 "됐어요" (종합)

2011-03-23 16:12
동반성장위원장 사의 표명 '반려→수용' 바뀌나

(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23일 청와대를 찾았다.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장 자격으로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를 명예위원장 추대하는 행사에 참석키 위해서다.
 
 김 여사는 이 자리에서 정 전 총리와 우근민 제주지사, 그리고 탤런트 고두심·김태희·한재석·채림·박선영씨 등이 제주 홍보대사와 환담을 나누며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제주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고 널리 알리는 과정 하나하나도 소중하다. 제주의 도전이 많은 국민과 세계인의 지지를 받는 아름답고 즐거운 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언론의 관심사는 김 여사가 아닌 정 전 총리였다.
 
 정 전 총리는 최근 초과이익공유제 문제를 놓고 당·정·청 일부 인사들과 갈등을 빚자, 지난 21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의 진정성을 요구하며 ‘위원장직을 그만 두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정 전 총리는 이날 오전 예정됐던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초청 동반성장 관련 특강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게다가 정 전 총리는 4·27재보선 공천을 둘러싼 여권 내 권력다툼의 한복판에 서 있는데다, 전날엔 신정아씨의 자전 에세이 발간을 계기로 때 아닌 도덕성 시비까지 불거졌다. 지난 2007년 학력위조 사건 등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씨의 책 '4001'엔 정 전 총리가 서울대 총장 시절 일을 핑계로 자신을 밤늦게 호텔 바로 불러냈다는 등의 내용이 실려 있다.
 
 그러나 정 전 총리는 이날 '신씨와 관련해 한 마디 해달라'는 기자들의 요구에 “됐어요. 행사에 왔는데 뭘…”이라며 언급을 삼갔다. 정 전 총리는 전날 신씨 책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일방적 주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다른 여권 관계자는 “정 전 총리로선 동반성장위원장직 사의를 접을 명분이 마련되길 기다렸을 텐데 신정아 건 때문에 꼬여버렸다”며 “지금은 신씨 주장을 일일이 반박하든 아예 무시하든 리스크(위험)가 있을 수밖에 없어 청와대나 정 전 총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도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 전 총리의 동반성장위원장직 사의 표명에 대한 청와대 내 분위기도 당초 ‘반려’에서 ‘수용’ 쪽으로 점차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동반성장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면권을 행사하는 직책이 아니다”며 “정 전 총리의 거취 문제는 본인 의지에 따라 결정되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