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중국, 21C 한국 미술시장 글로벌화의 돌파구

2011-03-18 17:28
김윤섭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겸임교수.미술평론가

김윤섭 미술평론가
세계는 지금 뚜렷한 패권자가 군림했던 G20, G7, G2시대는 점차 멀어지고 있다. 오히려 ‘무극성(無極星) 시대’를 맞고 있다. 또한 빠른 속도로 새로운 패러다임에 걸맞은 ‘글로벌 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위기가 기회라고 했다. 아무리 불안정하고 혼란스럽더라도 그 위기를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성패가 갈리기 마련이다. 지금 한국 미술시장도 전 방위적인 과도기 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관건은 국내 울타리를 넘어 세계무대를 공략할 어떤 전략을 구비하는 것인가다. 맹목적으로 글로벌주의를 추종하거나 종속되기보다는, 과감한 역발상으로 새로운 대안을 마련함으로써 스스로 글로벌 트렌드의 뉴 리더가 되려는 의지와 결단력이 필요한 때이다. 

급변하는 21세기 시류에서의 글로벌 경쟁력! 무엇으로부터 찾을 것인가?

문화가 곧 국가의 힘이 되는 시대다. 한 통계에 의하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소장중인 레오나르도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의 경제적 가치는 수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로 인해 연간 천만 명 가까운 관람객을 유치한다고 볼 때, 그 부대효과는 미뤄 짐작할 수 있겠다. 아마도 프랑스가 국가부도 위기를 맞아도 모나리자는 결코 팔지 않을 것이다. 

이런 문화의 힘은 바로 자국민의 자긍심에서 비롯된다. 우리나라 역시 작년 'G20 서울 정상회의' 환영리셉션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가졌다. 비록 문화 선진국 사례들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문화수준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여러 방면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긍정적인 미래를 밝혀줄 조짐이 엿보인다.

최근 한국 현대미술은 힘겨운 무한경쟁의 국제무대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들을 얻어내고 있다. 특히 작년 한해는 국제무대의 중심인 경매나 아트페어, 기획전 등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잠재적 가능성’을 펼쳐 보였다.
 
가령 작년 7월엔 영국 현대미술의 메카인 런던에 위치한 사치갤러리에서 한국의 현대미술가 10명을 초대한 '2010 Korean Eye'는 대표적인 성공사례이다. 2년째 계속된 이 전시는 첫 회인 2009년에도 영국 유력 인사들까지 대거 찾았고, 보름 만에 4만 명이 넘게 관람해 두 차례나 전시를 연장했다는 에피소드로 유명하다. 

 그리고 내년 2012년엔 런던올림픽 기간에 맞춰 사치갤러리 전관에서 다시 한국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대형 전시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또한 작년 11월에는 홍콩크리스티 아시아컨템포러리 경매의 표지작가가 한국의 최영걸 작가였음을 볼 때도 한국 현대미술의 위상이 한층 올라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왜 이토록 한국 현대미술이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을까? 그것은 국제 미술계의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미술영역에 있어 국가개념은 무의미해졌다. 

 다만 미주, 유럽, 아시아권 등의 대륙적인 구분이 앞설 뿐이다. 특히 뉴욕에서 발단된 국제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이 런던을 중심으로 한 유럽을 거쳐, 북경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권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것은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다. 적어도 미술시장 측면에선 그렇다. 

이것은 분명 후발주자인 한국미술에겐 더없는 호기가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뉴욕은 명실상부 국제무대의 중심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서양의 기준과 기호로 시스템이 구축된 기반인 뉴욕에서 동양적인 감성으로 경쟁한다는 것은, 체형에 안 맞는 갑옷을 입고 싸우는 격이다. 공정하지 못한 룰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무대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급부상한 북경의 경우야말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고 활용하는가에 따라 결과는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우리의 체질에 맞고, 동양의 감성이 존중받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외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의 현대미술이 ‘창의적인 발상과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로 경쟁력을 갖췄다고 부추긴다. 하지만 그 경쟁력을 제대로 펼칠 시장까지 가진 것은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시아권에 대한 국제적인 시선이 호의적이란 점이다. 

그중에서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중국의 미술시장이 지척이란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점들은 우리 미술시장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데 매우 유효하다. 

일부에선 이미 중국 진출의 고배를 마셨다. 그렇다고 넋 놓고 바라만 보기엔 너무 아까운 시장이다. 지금이야말로 신천지 중국 시장을 제대로 공략할 전략을 준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