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마에하라 외상 퇴진..정국 혼란 가중

2011-03-06 22:26
日 마에하라 외상 퇴진..정국 혼란 가중

외국인인 재일 한국인으로부터 20만엔(약 270만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야당으로부터 퇴진 압력에 몰린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외무상이 결국 옷을 벗었다.

마에하라 외무상은 6일 밤 총리 관저에서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를 만난뒤 기자회견에서 "(외국인으로부터 정치단체가 위법 헌금을 받은) 책임은 나에게 있으며 총리에게 사의를 표명해 승낙을 받았다"고 밝혔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를 옹립한 공신이자 가장 유력한 '포스트 간' 후보인 마에하라 외상의 퇴진으로 간 정권은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자민당을 비롯한 야권은 여세를 몰아 간 총리의 사임이나 중의원 해산을 압박한다는 방침이고, 민주당 내에서 간 총리의 정적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 그룹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 '황태자' 낙마 간 정권 충격 = 마에하라 외무상이 외국인 정치자금 수수 사실이 자민당 의원에 의해 폭로된지 이틀만에 사표를 내면서 민주당 정권이 충격에 휩싸였다.

간 총리는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우선 (마에하라) 본인이 사실관계를 조사해 확실하게 설명하면 여야의 납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유임을 시사했고,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은 "문제가 된 정치자금은 금액이 적은데다 사무적 실수로 인한 것이다"면서 사소한 문제로 장관을 자주 교체하면 국정이 어려워진다고 마에하라 외상을 두둔했다.

간 총리와 민주당 집행부는 정권의 누수와 외교 혼란을 막기위해 마에하라 외상의 사임을 피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야권의 공세와 오자와그룹의 반발 등에 밀려 역부족이었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마에하라 외상이 사임하지않을 경우 여소야대인 참의원에서 문책결의안을 내겠다고 위협했다. 마에하라 외상의 일부 측근들도 이번 문제로 차기는 어렵더라도 차차기에 민주당 대표에 도전할 기회를 남기기 위해서는 지금 깨끗하게 물러나는 것이 좋다고 마에하라 외상을 설득했다.

야권은 간 총리의 방패막이였던 마에하라 외상을 퇴진시킴으로써 간 총리의 무장해제를 노렸고, 오자와계는 반(反) 오자와 그룹의 핵심인 마에하라를 내각에서 제거함으로써 간 총리의 사임을 앞당기려 했다.

참의원의 여소야대와 오자와 전 간사장과의 내분 등으로 간 총리가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마에하라 외상의 퇴진으로 간 정권의 붕괴는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야권은 예산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고, 주부연금 누락 문제와 관련 호소카와 리쓰오(細川律夫) 후생노동상에 대한 문책결의안도 검토하고 있다.

간 총리는 야당과 오자와계의 공세로 심복인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대표대행을 지난 1월 관방장관직에서 내보낸데 이어 마에하라 외상의 퇴진으로 내각에서 오른팔과 왼팔을 모두 잃었다.

간 총리의 후계 문제도 불투명해졌다. 오카다 간사장을 제외하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과 센고쿠 대표대행 등 간 총리 진영의 유력 주자들이 모두 정치자금 문제 등으로 내상을 입어 운신이 어렵기 때문이다. 유력한 총리 후보가 낙마하면서 오자와 진영에서는 하라구치 가즈히로(原口一博) 전 총무상과 다루토코 신지(樽床伸二) 전 국회대책 위원장 등이 기세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 한일 외교에도 타격 = 마에하라 외상이 6개월여만에 사임함으로써 일본 외교도 흔들리고 있다. 당장 오는 14일과 15일엔 프랑스 파리에서 주요 8개국(G8) 외교장관 회의가 있고, 19일과 20일엔 한중일 외교장관회담이 기다리고 있다. 5월초엔 미일 외교.국방장관 회의가 예정돼 있다.

한일 외교는 새 외상이 누가 되든 기조에는 변화가 없겠지만 재일교포의 정치헌금이 문제가 됨으로써 일본 국회의 비준을 기다리고 있는 조선왕실의궤 등의 도서반환 협정 처리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우리 정부와 민단이 공을 들이고 있는 영주외국인의 참정권 문제도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마에하라 외상은 센고쿠 전 관방장관 등과 함께 지한파로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고 한국과의 밀월 외교를 지속하기 위해 힘을 써왔다.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도 열어놨지만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한국 미국과 대북 문제에서 보조를 맞춰왔다.

한일 외교 관계자는 "일본의 한국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겠지만 마에하라 외상이 퇴진할 경우 한일 외교의 각론에는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도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마에하라 외상은 취임이후 미국과의 동맹 복원에 힘을 쏟았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강경 자세로 미국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