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의 중국이야기 10-5> 잘나가는 비즈니스 ‘종교사업’
2011-02-27 13:37
10 아편도 복음도 아닌 중국 종교<br/>'교회와 예배가 없는' 상가들의 크리스마스.
중국의 절에는 액운을 떨져내고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내용의 부적을 발행해 판매하는 영업이 아주 일반화돼 있다.
관광객이 붐비는 중국의 명산에는 곳곳에 숱한 사찰들이 들어서 있다. 우리의 사찰과 가장 큰 차이 점은 중국 사찰들은 예외없이 관람객들을 상대로 부적을 발행해 판매하는 영업행위에 극성이라는 점이다.
관광객의 관상을 훑어보고 대충 겁을 준 뒤 사악한 기운을 내쫏아야 한다며 부적을 적어주고 돈을 챙기는 것이다. 부적만 써주고 영업을 끝내는 곳도 있지만 잘못 걸리면 부적은 물론 사찰 경내 판매점에서 향까지 사서 부처님 앞에 보시해야한다. 처방전만 써주는 영업과, 처방전을 써준 뒤 약까지 판매해서 이중 수입을 챙기는 영업이 따로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중국 사찰들을 몇 곳 다니다 보면 중국인들이 얼마나 기복과 실리를 중시하고 현세주의적인 인간형인지 금방 알아 차릴 수 있다. 어떤 사찰에는 마치 전장터의 부대 진영 처럼 울긋불긋한 깃발이 나부낀다. 여기 저기 꼿혀있는 깃발 내용을 가만히 살펴보면 모두가 건강과 부자되기를 소원하고 중요한 시험 합격을 기원하는 내용들이다. 어느 절이든 조용히 참선을 하고 불공을 드릴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중국 관광객들은 풍광을 감상하기보다는 주변의 고목과 바위 처럼 영험함이 깃들어 있을 법한 표지물에 자신의 소원을 담은 리본을 매달고, 향불을 피워 복을 비는데 더 열중이다. 언제가 쓰촨(四川)성 아미산에서 만난 한국인 교수는 동전을 던지고, 향을 피우고 리본을 메달고 복을 기원하는 것은 중국인 관광에 있어 빼놓을수 없는 요소중 하나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 보니 틀린 얘기가 아닌것 같았다. 베이징 시내 용허궁 인근의 공자묘와 국자감에 가면 합격을 기원하는 패찰들이 경내 작은 다리 난간을 온통 뒤덥고 있다. 아미산이나 황산, 태산, 산시의 오대산 등 사찰과 정상에는 복을 비는 리본과 영원한 사랑이라는 연인들의 기원이 담긴 열쇠꾸러미 패찰 더미가 장관을 이룬다.
사찰 매점에는 향과 초, 염주를 비롯해 각종 불교 용품들이 가득가득 쌓여있다. 설때 폭죽을 터뜨리듯 중국인들은 아무리 가난해도 향을 피워 복을 비는데는 그다지 인색하지가 않다.
제사보다는 젯밥에 더 열중’인 중국 종교의 이런 특징은 절 뿐만 아니라 기독교나 다른 종교에서도 마친가지다. 중국 크리스마스는 예수탄생을 축하하는 날이라기 보다 상가들이 대목절로 자리 잡았다. 신앙활동에서는 아직 멀었지만 종교 절일을 활용한 마케팅 활동은 서방 어느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상가들은 열심히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띄우고 소비자들은 기꺼히 주머니를 연다. 성탄 이브인 ‘핑안예(平安夜)’에는 호텔 마다 예약이 폭주하고 백화점가와 대형 슈퍼, 전자양판점에서는 성탄 특선 상품들이 매진이 될 정도다.
'핑안예’ 저녁 베이징 쇼핑거리인 왕푸징(王府井)과 시단(西單) 일대는 성탄 무드에 도취한 아베크족들로 발디딜틈 없이 붐빈다. 특히 베이징(北京) 최대의 번화가인 왕푸징은 창안제(長安街)쪽 거리 입구부터 중국인 전용 성당인 ‘동탕(東堂)’이 위치한 곳 까지 인산인해를 이룬다.
성탄 이브 베이징의 왕푸징은 젊음과 축제의 거리다. 산타 복장을 한 젊은 연인들은 베이징의 특산인 탕후루(糖葫芦•설탕을 고아 입힌 베이징의 과일꼬치)를 손에 든 채 거리를 쏘다니며 젊음을 발산하고 행복을 만끽한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몰아치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연인들은 탕후루를 입에 문 채 성탄 라오런(聖誕老人•산타클로스)의 빨간 방울모자를 덮어쓰고 이렇게 성탄이브 ‘핑안예’를 마음껏 자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