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한국 교민.주재원 출국 행렬>(종합)

2011-01-30 22:20
<이집트 한국 교민.주재원 출국 행렬>(종합)

(아주경제 이지현 기자) 사상 초유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이집트에서 사망자들이 속출하고 약탈 행위가 이어지자 교민과 주재원들이 잇따라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은 30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있는 아프리카지역본부를 임시 폐쇄했다. 주재원은 중동지역 본부가 있는 두바이로 이동하며 가족은 전원 귀국시킬 방침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 소속 주재원 9명과 기아차 3명, 모비스 1명은 이날 오후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고 이들의 가족 36명은 두바이와 바레인 등을 경유해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LG전자 현지 법인은 주재원의 가족 30명에 대해 희망자에 한해 귀국을 지원하기로 했고 삼성전자 지사도 가족들을 공항 근처 호텔에 투숙시킨 뒤 내달 1일께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토록 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지난 25일부터 반정부 시위가 시작돼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대형 할인매장과 상점 등을 약탈하고 고고학박물관에 폭도들이 난입하는 일이 빚어지고 있다.

경찰은 이틀 전부터 치안 유지 활동을 포기해 시내에서는 치안 공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들은 마을 단위로 자경단을 구성하고 있다.

이집트에 거주하는 교민 중 일부는 여러 가족끼리 한 집에 모여 불안한 밤을 보냈다.

카이로 마디 지역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밤새 총성이 들려 잠을 자지 못했다"며 "교도소에서 1천여명이 탈옥했다는 뉴스까지 들려 주간에도 외출하기가 두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카이로의 한국 식당들도 치안 불안 탓에 영업을 중단했으며 시내에 있는 한 한국 식당은 시위대에 한때 점거되기도 했으나 다행히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로 관광이나 성지순례를 온 한국인 여행객들도 일정을 취소하고 조기 귀국하는 길을 찾고 있다.

카이로에서 여행업을 하는 한 교민은 "카이로 공항에만 한국인 단체관광객 3팀이 대기하고 있고 기독교 성지인 시내산(시나이산)에 2팀, 유적이 많은 룩소르 지역에 여러 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오늘(30일) 요르단과 이스라엘에서 각각 이집트로 넘어오려던 한국인 단체팀에도 현지에서 다른 일정으로 대체하도록 했고 내달 중순까지 단체 관광객의 이집트 입국을 모두 취소토록 했다"고 덧붙였다.

관광객들이 이집트에 도착하더라도 시위 사태로 도로 곳곳이 차단돼 호텔에 접근하기도 어렵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카이로의 고고학박물관도 약탈당하는 등 정상적인 관광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대 인문대의 인문학 과정 교수와 수강생 50여명은 강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최근 이집트를 방문했다가 발이 묶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집트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 61명도 조만간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이재웅 KOICA 이집트 소장은 "일단 아스완 등 지방에 있는 단원들을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시켰다"며 "현재 상황으로는 봉사활동이 어렵다고 보고 2월1일 항공편으로 단원들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주이집트 대사관은 이날 비상연락망을 통해 필수 요원이 아닌 교민의 경우 귀국하도록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