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산자이'…反권위로 '창조적 진화'

2011-01-27 14:19
단순 모방서 '문화'로 인식…"中, 지재권 존중 부족" 비판도

‘산자이(山寨)’라는 말은 처음 홍콩 광동일대에서 비롯됐다. 이 지역 산촌에 있던 가정 단위의 수 많은 공장과 공방(工坊)들은 은밀히 명품을 모조해왔다. 이들이 바로‘산자이 공장(山寨場)’이고, 여기서 나온 제품이‘산자이 제품(山寨貨)’이다.

‘산자이’란 말이 중국 대륙에서 유행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산자이는‘가모위열(假冒僞劣: 가짜와 저급한 제품)’보다 광의의 개념이다. ‘가모위열’은 멜라닌을 사용한 산루분유(三鹿奶粉)나 유황 처리된 은이(銀耳)버섯 또는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식용유 등을 의미한다. 반면 휴대폰,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모방 복제한 것은 ‘산자이’에 속한다.‘산자이’는 다소 중립적인 언어로, ‘가모위열’이 갖는 죄의식이나 도덕성 문제에서 자유로웠다.

중국에서 ‘산자이’는 단순 짝퉁이 아니라 일종의 문화로 인식돼 왔다. 한 검색사이트는 ‘산자이’라는 독립적인 표제어를 사용한다. 그 의미는 표절·모방·복제 등을 통해 강대해 지고, 반(反)권위와 반(反)주류를 특징으로 하면서 광환(狂歡)성, 해체성, 반지성성을 지닌 포스트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본토에서‘산자이’는 본래 언어 체계상 농후한 강호(江湖) 색채를 풍긴다. ‘점산위왕(占山爲王: 산을 차지하고 왕 노릇하다)’과 ‘소취산림(嘯聚山林: 산림을 근거로 패거리를 모으다)’은 ‘산자이’와 연관이 있다. 산자이 라는 말속에는 당당함이 배어 있다. 흡사 왕숴(王朔)의 작품에 나왔던 “나 건달이야. 내가 누굴 두려워해”와 비슷하다.

흔히 중국인들에 대해 지재권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지재권이 완벽하게 보호됐다면 아직도 중국인 상당수가 컴퓨터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MS 윈도우 운영체계 정품가격은 중국 화이트칼라의 몇 달치 월급과 맞먹는다.

그렇다고 안사면 그만인 것도 아니다. 이 시장은 사실상 MS가 독점하고 있다. 독점은 폭리를 가져온다. 상당수 중국인들 눈에 이것은 불공평했다. 바로 이러 심리가 ‘산자이’문화에 힘을 실어줬다.

정부도 일부‘산자이’문화를 묵인하고 심지어 지지까지 했다. 사회학자인 아이쥔(艾君)은 "산자이 제품은 개발도상국에서 일부 소비자들의 소비능력 부족을 해결하고, 구미에 맞는 소비욕망을 충족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산자이는 주로 어떤 제품이 장기간 혁신 없이 정체될 때 신속성과 염가성’등의 특징을 앞세워‘복제, 모방, 학습, 참고, 창신’ 등의 형태로 시장에 파고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부 식자층이 말하는 "산자이도 창의다"고 하는 주장은 터무니 없다.‘산자이’문화는 위조의 연장일 뿐이며 창의성이 결여된 현상이다. 중국인들에게 이는 당장은 싫지만 언젠가는 인정해야할 엄중한 문제다.

‘산자이’범람은 중국을 망치는 것이다. 대중들이‘산자이’에 환호할때 한편에서는 탐구와 발명 등 창조적 열정이 빛을 잃는다.‘산자이’는 집단적으로 대기업의 지재권을 침해하는 위법행위다. 집단이 행하는 것도 위법이며 더 엄중한 범죄다. (원문 왕위안타오 편집위원/번역 셰하이샤 기자)

(베이징 = 이필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