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친자확인 소송이 갈수록 늘어나 사회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중국의 유명가수 왕펑(汪峰)은 최근 옛 여자친구로부터 친자(딸) 확인 소송을 당했다. 친자 확인소송을 둘러싼 이소송은 네티즌들 사이에 논란을 증폭시켰다. 어른들이 죄를 아이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질타에서 부터 “친자 소송이 남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반응도 다양하다.

◆친자 확인 소송 증가, 법률 미비

베이징의 한 검증센터 관계자는 친자 검증 신청이 매년 20% 정도씩 증가하고 있다며, 2010년에만 1만여 건이 접수됐는데 그중 3분의 2가 개인이 위탁한 것이다. 또 민사소송 관련으로 법원이 위탁하는 경우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하이뎬(海澱)구 민사법원의 천창이(陳昶屹) 법관은 “사회가 개방될수록 친자여부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이로인해 친자여부를 가리는 소송도 증가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친자확인 소송에 관한 법률 규정은 아직 미비한 상태다. 현재 법적 근거는 1987년에 최고인민법원(대법원)이 만든‘법원이 판결 중에 인간의 백(白)세포 항원을 친자 검증에 채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변’문건이 전부다.

문건은 쌍방의 동의 아래 친자 확인 신청이 접수되면 법원은 이를 받아 들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방이 친자 확인을 신청한 경우에는 자녀가 만 3세를 초과하고 정황적으로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시행하도록 규정돼 있다.

천 법관은 “규정에 따르면 쌍방이 모두 친자 확인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법원이 강제로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인데, 친자 여부를 확인해야 판결이 가능한 소송의 경우 법원은 난감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친자소송, 자녀 장래 고려해 신중해야

친자 검증은 정확한 증거로서 당사자간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고 이해관계를 명확히 조정해 주지만 아이들에게는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기는 폐단이 있다.

전문가들은 “친자 검증은 아이들에게 큰 상처가 된다"며 "결국 ‘상자검증(傷子檢證: 자식에게 상처를 주는 검증)이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당사자 쌍방이나 요건을 갖춘 일방이 요구할때 법원은 이를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창레이(가명)는 이혼 후 아들을 양육하게 됐다. 그는 불현듯 의문이 들어 은밀히 아이의 혈액을 채취해 친자여부를 검사했다. 결과 아이는 자신의 혈육이 아니었다. 그는 즉각 소송을 제기했고 아이를 전 처에게 돌려 보냈다.

15세 된 아이는 정신적 충격으로 우울증과 강박증에 시달렸으며 학교도 그만뒀다. 창레이는 소송에서 이겼지만 아이를 망쳤다는 자괴감에 빠졌다.

특히 상방이 이혼했을 경우엔 서로에게 ‘나쁜 감정’을 품을 수 밖에 없어 아이를 배려하지 않고 무조건 친자 감정을 의뢰하는 예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일시적 감정 보다는 한번쯤 아이의 장래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고 조언한다.


(베이징 = 이필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