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MB, ‘나 믿고 최중경 통과’ 부탁”
2011-01-26 10:38
“여론·야당 반대에 부담 느꼈던 듯… 임명 철회해야 레임덕도 막아”
(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문제와 관련,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인 김영환 민주당 의원에게 “나를 믿고 통과시켜 달라”고 거듭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26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평화방송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잇달아 출연, 이 대통령과의 지난 21일 통화내용을 소개하며 이 같이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최 후보자가 부족한 점이 있으면 내가 채워가면서 일을 잘 해나가겠다”는 취지의 언급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요청에 대해 “여론이나 야당의 반대 때문에 (최 후보자) 임명 강행에 상당히 부담을 느끼는 걸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또 그는 “대통령과 최 후보자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터키 원자력발전소 수주 등의 업무가 시급하기 때문에 지경부 장관을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고 했다는 여권 관계자 등의 주장에 대해선 “그런 말은 전혀 없었다”고 재차 부인했다.
김 의원은 "최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와 탈세, 편법증여, 자녀의 (해외) 귀족학교 학비 (국비) 지원, 국민연금 미납, 재산세 체납 등으로 (공직) 부적격 패키지의 전형으로 보고서 채택의 자격조차 없다. 또 (각종 의혹에 대해) 계속 거짓말하고 모르쇠로 일관한데다 두 번의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보고서 채택의 요식행위로 거기(장관 임명)에 협조하는 건 국회의 의무 방기다"면서 “대통령 부탁을 못 들어준 건 미안하나 원칙을 지키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이 최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국정운영에 대한 (여론) 지지율도 높아질 것이다”며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됐던 ‘삼호주얼리’호 구출의) 쾌거로 국민이 모처럼 하나가 됐는데 이런 작은 문제로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대통령과 집권당에 부담이 되는 일을 만들어선 안 된다. 그래야 진정한 의미에서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도 극복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최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철회하면 2월 임시국회 소집과 국회 정상화에 좋은 환경이 조성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올바른 국정수행이 계속 어려울 것이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전날 이 대통령이 최 후보자 인사 청문 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재요청한데 대해서도 “(보고서를 송부할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의원은 “이 대통령은 심사숙고해서 (최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며 “이는 소말리아 해적보다 더 심각한 우리 내부의 해적을 소탕하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의원은 자신이 최 후보자의 청문회 전부터 부적격 의견을 낸데 따른 상임위원장으로서의 중립 논란에 대해선 “위원장 이전에 국회의원, 특히 야당 의원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며 “동료 의원들의 문제 제기에 거짓말로 일관한 부분을 골라서 질의하는 건 내 역할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