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완서 유언 "가난한 문인들에 부의금 받지말라"
2011-01-23 22:31
故 박완서 유언 "가난한 문인들에 부의금 받지말라"
'한국문학의 어머니'인 작가 박완서가 세상과 이별했다.
그동안 담낭암과 싸워온 고 박완서 선생은 지난 22일 새벽 6시 17분께 병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별세했다. 향년 80.
고 박완서 선생은 1931년 경기도 개성 가까이 있는 개풍에서 태어나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중퇴했다. 그 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현상공모에서 '나목'(裸木)이 당선되면서 잇달아 뛰어난 작품을 수없이 발표했다.
그는 전쟁과 분단 등 우리 현대사가 어쩔 수 없이 혹은 스스로 잘못으로 겪어야 했던 아픔을 온몸으로 겪었다. 그 스스로 "전쟁의 상처로 작가가 됐다"고 속내를 털어놓을 정도였다.
그가 평생에 걸쳐 쓴 작품에는 우리 시대가 겪는 깊은 아픔과 서민들의 슬프고 쓰라린 삶이 담겨 있다. 사람과 자연에 대한 끝없는 사랑, 물질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황폐한 인간성도 날카롭게 꼬집었다.
그가 책을 펴낼 때마다 거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장편소설로는 <휘청거리는 오후><서 있는 여자><그해 겨울은 따뜻했네><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미망><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아주 오래된 농담><그 남자네 집><그 여자네 집> 등이 있다.
소설집으로는 <엄마의 말뚝><꽃을 찾아서><저문 날의 삽화><한 말씀만 하소서><너무도 쓸쓸한 당신><친절한 복희씨> 등이 있으며, 동화집으로는 <나 어릴 적에><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부숭이의 땅힘><보시니 참 좋았다> 등이 있다.
수필집으로는 <세 가지 소원><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여자와 남자가 있는 풍경><살아 있는 날의 소망><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어른노릇 사람노릇><두부><호미> 등이 있으며, 2010년 낸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가 마지막 작품집이다.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만해문학상, 인촌상, 황순원문학상, 호암예술상,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장녀 원숙(작가), 차녀 원순, 삼녀 원경(서울대 의대 교수), 사녀 원균 등 4녀와 사위 황창윤(신라대 교수), 김광하(도이상사 대표), 권오정(성균관대 의대 학장), 김장섭(대구대 교수) 등이 있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평소 "문인들은 돈이 없다"며 "내가 죽거든 찾아오는 문인들을 잘 대접하고 절대로 부의금을 받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6호. 발인은 25일 오전이며, 장지는 용인 천주교 묘지다.
현재 고 박완서 선생에의 조문행렬과 각계각층의 추모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