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정상회담, 중국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았나

2011-01-20 16:19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풀어놓은 선물보따리는 무려 450억달러(한화 약 50조원)에 달하는 수입패키지. 특히 이 금액은 항공기, 철도, 기계류 등 고용효과가 높은 제조업에 집중돼 있으며, 미국 내에서만 총 23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미국이 2009년부터 경기부양책을 편 후 1개월당 창출되는 일자리가 13만개 가량이며, 올해 미국정부가 국정 최우선과제를 일자리창출로 잡은 것을 감안한다면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반색할 만한 선물이다.

중국내의 청년실업도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에 450억달러 규모의 수입패키지는 후 주석 입장에서도 ‘통 큰’ 결정일 수 있다.

후 주석은 ‘23만5000개 일자리’로 대표되는 대미 협상카드를 내세워 미국측의 ‘상호 국제적 지위 인정’이라는 명분을 얻었으며, 명실공히 글로벌 ‘G2‘국가에 진입했음을 대내외에 천명하게 됐다.

또한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정부는 지난해 발생한 미국과의 갈등관계를 청산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은 지난해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문제, 남중국해 문제, 서해에서의 한미 합동 군사훈련, 6자 회담 문제 등을 놓고 미국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중국으로서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평화와 안정 속에서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으로 가는 기반을 다지게 됐다. 또한 향후 30년동안의 건설적인 미중관계를 설정했다는 외교적 평가는 후 주석의 입지를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공동성명에서 “건강하고 안정적이며 믿을 수 있는 군사적 관계가 두 나라간 긍정적이고 호혜적인 관계에 필수적”이라고 명시해 향후 군사교류의 물꼬를 텄으며, “올해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의 방중을,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의 방미를 환영한다”고 언급해 올해 양국의 고위층 교류가 활발해질 것을 예고했다.

이 밖에도 중국은 전방위에 걸친 세계적인 이슈를 미국과 협의하면서 글로벌 위상을 제고시켰다.

우선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양국은 “남북대화가 필수적이며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또한 이란 핵문제에 대해서는 “핵의 평화적인 사용 촉구”를, 수단 문제에 대해서는 “수단의 남북 평화적 분리과정 지지”를, 기후협약과 관련해서는 “덴마크 코펜하겐과 멕시코 칸쿤 기후변화회의를 토대로 긴밀히 협력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미국이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던 위안화 환율 문제와 인권문제, 대만문제에 있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한계를 드러냈다. 중국은 이번 후 주석의 방미를 통해 숙원이었던 시장경제 지위인정과 첨단기술 수출 제한 완화 등에 대한 미국측의 성의를 기대했지만 돌아온 것은 여전한 위안화 절상 압력과 수입확대 요구였다.

또한 미중간 전통적인 갈등사안인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의 이해를 얻어내지 못했다.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인권증진과 민주주의가 외교정책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고 중국은 "어느 나라의 내정간섭도 안된다”고 적어 판이한 입장차이를 드러냈다.

(베이징 = 조용성 특파원)